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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항상 피곤한가? 뇌도 휴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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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항상 피곤한가? 뇌도 휴식이 필요하다
  • 전민일보
  • 승인 2024.02.22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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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김형준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전문의)

요즘 진료실에서 부쩍 ‘바쁘건 바쁘지 않건 늘 피곤하다’, ‘ 종일 자고 쉬었는데 더 피곤하다’라고 하소연을 하는 환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것은 바로 사람의 뇌가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신체 전체 무게의 2%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20%를 사용하고, 심장이 순간 방출하는 혈류량의 20%는 바로 뇌를 향해 간다. 그만큼 진정한 휴식을 위해서는 뇌 역시도 휴식을 취해야 하는 데 요즘 많은 사람은 휴식을 취하는 순간에도 스마트폰을 하거나 TV를 보는 등 계속해서 뇌를 사용한다. 

IT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5G와 어디에도 존재하는 WIFI 덕분에 나와 세상은 시공을 초월해 항상 연결되고 자동화된 환경 덕분에 과거처럼 육체적, 정신적 수고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어 그만큼 인간에게 여유와 휴식이 주어질 것으로 이해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오히려 과거에 비하면 숨 돌릴 틈 없이 바빠졌다.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늘어났고 이메일, 문자메시지, SNS 알림이 수시로 찾아온다. 팔다리 근육을 사용해서 처리해야 하는 일은 줄었지만, 신경을 쓰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일은 훨씬 늘어났다. 자연히 뇌가 한가하게 쉴 겨를이 없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멀티태스킹에 능한 사람들을 보게 되면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왠지 불안할 정도다. 우리는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으로부터 눈을 떼지 못한다. 신기한 알고리즘의 세계는 나의 흥미에 맞는 영상과 정보를 쉴 틈 없이 푸쉬(Push)하며, 쉬지 말고 뇌를 사용하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최근 뇌 과학의 연구를 보면 이런 IT시대 인간의 뇌는 매우 위험 지경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비생산적이고 우습게 비치는 ‘멍 때리기’나 ‘먼 산 바라보기’ 같은 행동이 뇌 건강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고된 연구 중 지친 머리를 식히기 위해 들어간 목욕탕에서 우연히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였고, 천재 물리학자 뉴턴은 사과나무 밑에서 멍하니 있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아냈다. 뉴스위크는 IQ를 쑥쑥 올리는 생활 속 실천 31가지 요령 중 하나로 ‘멍하게 지내라’를 꼽기도 했다. 

한편, 미국의 뇌 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박사는 뇌 영상 장치를 통해 사람이 평소 열심히 활동할 때는 조용히 있다가, ‘멍 때리기’는 같은 휴식의 순간 오히려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를 찾아냈다. 라이클 박사는 뇌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작동하는 이 특정 부위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 DMN)’라고 명명했는데, 마치 컴퓨터를 리셋하게 되면 초기 설정(default)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 바로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찾아낸 것이다. 

문제는 치매나 조현병, 불면증, 우울증 같은 주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휴식을 취할 때에도 바로 뇌의 디폴트모드 네트워크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는 점이다. 바로 뇌 초기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정신질환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반대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잘 활성화되는 사람들이 평소 생활에서 만족도가 높고, 일의 능률도 좋은 것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양호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뇌의 적절한 휴식이 건강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후속 연구에 따르면 뇌의 디폴트모드 네트워크가 적절히 활성화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멍하니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볼 때(여행이 주는 힘), ‘불멍’ ‘물멍’처럼 모닥불이나 잔잔한 강과 바다를 멍하니 바라볼 때, 숙면을 취했을 때, 익숙하고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때, 명상할 때(마음챙김), 반복적이고 일정한 호흡으로 걷기나 달리기, 등산 같은 운동을 할 때, 조금 신기한 결과인데 자신의 고향을 찾아 방문할 때(성장한 장소에서 안정감을 찾는다고 한다) 등이라고 한다. 

현대인에게 세상은 한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바쁘게 살아갈 것을 강요할 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괜히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하루에 한번쯤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컴퓨터 화면을 피해 머릿속을 비우고 ‘먼 산 바라보기’나 ‘멍한 상태로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우리의 정신건강을 위해 실천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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