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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승리합니다. 그러나 만약 이길 수 없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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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승리합니다. 그러나 만약 이길 수 없다 해도
  • 전민일보
  • 승인 2024.01.25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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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2024년 1월 18일. 오늘부터 필자는 전북특별자치도민이 되었다. 이 땅은 1018년 고려시대 현종 당시, 전주와 나주의 앞 글자를 따서 전라도(全羅道)라는 지명을 갖게 되었고, 다시 1896년에는 전라북도(全羅北道)라는 지명으로 불렸다. 그리고 128년이 지난 지금, 이 땅은 역사에 다시금 기록될 새로운 지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김춘수 시인은 작품 ‘꽃’에서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름을 붙이고 부른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무언가를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것, 온전한 빛깔과 향기를 머금게 하는 것 말이다.

그렇기에 전라도(全羅道)라는 명칭에서 나주를 뜻하는 ‘라(羅)’자가 제외된 것은 크나큰 결심이 아닐 수 없겠다. 전북특별자치도(이하 전북)는 지속해서 이 땅이 4중으로 차별을 받았다고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영남과 호남, 초광역권에서의 소외는 물론 호남 내에서도 차별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논의가 이루어질 때 전북은 이른바 5극 2특 중 호남권에 속해있었지만, 광주·전남에 비해 그 중요도가 덜해 종속적 성격이 강했고, 이후 5극 3특이라는 대한민국 메가시티 구상 속에서야 하나의 ‘특별한’ 위치로서 필요성이 대두된 게 사실이다.

솔직히 조금만 더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5개의 메가시티, 즉 수도권, 부·울·경, 대구·경북, 광주·전남, 충청권을 제외하고 이미 그 성격상 고도의 지방자치를 요했던 제주특별자치도(2006년 개편) 또한 제외하면, 광역지자체가 존재하지 않던 강원과 전북은 사실상 초광역권 논의에서 소외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2023년에는 강원을, 2024년에는 전북을 특별자치도로 개편한 것이니, 5극의 3특의 구상 중에도 마지막에서야 그 ‘특별함’을 인정받았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특별하다’라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전북은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지역의 경쟁력을 높여 도민의 복리증진을 실현하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전북특별자치도를 설치”하여 전북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겠다”라고 했다. 그 비전으로 내세운 것이 ‘글로벌 생명경제도시’이다. 전북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별함이 있기에 생명산업의 육성과 기반 구축, 그리고 전환산업의 진흥을 통한 도민 행복의 증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전북은 농생명분야를 선도하고 있고 수소나 이차전지, 재생에너지와 같은 청정에너지분야의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그린수소와 탄소산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문화예술분야에도 풍부한 원형자원과 강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런 것들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특별하다’라고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에는 특별한 곳이 많다. 제주, 강원은 물론이고 한편으로는 경기(북부), 충북까지도 특별자치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쯤 되면, 나중에는 특별하지 않은 곳이 이상할 수 있겠다. 물론 모든 지역은 문화로 특별하니, 어느 것도 비교우위를 따질 수는 없다. 아니 따져서는 안 된다. 문제는 이름만 바뀌는 식의 특별함이다. 앞서 말했듯 이름을 붙이고 부른다는 것은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것이고, 온전한 빛깔과 향기를 머금게 하는 것이다.

필자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재정특례나 헌법개정을 통한 지방분권의 보장 등은 논하지 않겠다. 다만 “2024년 1월 18일. 오늘부터 전북특별자치도민이 되었다”라고 필자가 말한 것처럼 175만 전북도민이 똑같이 느끼는가에 대해서는 감히 그렇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대체 그게 뭔데, 그래서 무엇이 더 좋아지는 건데라는 질문이 쏟아져나올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전북이 어떤 터전이 되어야 할 지를 논의하는 민심의 청취와 합의 도출이 필요하겠다.

더불어 사족(蛇足)을 한마디 덧붙인다. 세계의 발달장애인이 한자리에 모여서 치르는 대회가 있다. 그 대회의 명칭은 ‘스페셜 올림픽(Special Olympic World Games)’이다. 이 대회의 선수 선언은 다음과 같다 “나는 승리합니다. 그러나 만약 이길 수 없다 하더라도, 용기를 잃지 않고 도전하겠습니다(Let me win. But if I cannot win, let me be brave in the attempt)”

그렇다. ‘특별함(Special)’이란 꼭 뛰어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전북의 위대한 도전을 응원한다.

전승훈 문화통신사협동조합 전략기획실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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