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공식 선언하고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이 전 총리는 논어를 인용해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는 공자의 말씀처럼 지금의 정치로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없다”며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하려면 정치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현재의 양당 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노무현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방탄 정당으로 변질됐다”면서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들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앞서 탈당을 선언한 ‘원칙과상식’과 연합에 대해서 이 전 총리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힘을 모아야 한다”며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 동지들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어느 분야에서든 착하고 바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그 길에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다른 정치세력과의 연합을 시사하기도 했다.

앞서 같은 날 오전에는 ‘원칙과상식’의 조응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굉장히 압축적으로 해야 된다”며 빠르면 오는 14일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한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전 총리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10일 ‘원칙과상식’ 탈당 기자회견 직전 민주당 잔류를 선택한 윤영찬 의원(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대해 “윤 의원의 고민은 현 모 씨 문제가 나오기 전부터 있었다”면서 “윤 의원께서 굉장히 어려웠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 부족한 저를 도와주신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3지대 ‘빅텐트’가 현실화 될 경우 대단히 넓은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진 구성원들을 규합할 공통의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이 전 총리는 “양당 정치의 폐해를 종식시키는 것”이라며 “오히려 공통점을 찾아가는 게 훨씬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의 ‘DJP연합’의 간극은 이보다도 훨씬 넓었다”고 답했다. 

이날 이 전 총리의 기자회견에 앞서 민주당 의원 129명은 공동명의 성명서를 통해 탈당을 만류하기도 했다. 성명서에서 의원 일동은 “탈당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단 한 번의 희생도 없이 이 모든 영광을 민주당의 이름으로 누리고서도 탈당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친이낙연계로 구분되는 양기대 민주당 의원(경기 광명시 을)은 해당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자신의 SNS를 통해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정권에 맞서기 위해서는 민주당 분열은 절대 안 된다”면서 “아홉 개가 다르고 하나만 같아도 같이 할 수 있는 게 정치다”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 전 총리가 기자회견으로 탈당 의사를 분명히 밝히자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서울 마포구 을)은 자신의 SNS에 “이낙연은 2021년 1월 박근혜 사면론으로 정치적 폭망의 길로 들어섰고, 2024년 1월 탈당으로 정치적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며 “최종 목표는 낙석연대를 경유해 국민의힘 쪽 대선후보가 되는 게 꿈일까? 극단적 선택 이해 불가”라고 적었다.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민주당 의원(비례)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님은 오랫동안 정치를 하면서 늘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도를 하셨다”고 밝히고 “시대가 아무리 바뀌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김대중 정신을 사칭하는 분들이 계속 나와도 김대중 대통령님의 정신은 민주당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지지자들은 기자회견이 열린 국회 소통관 로비를 빠져나가는 이 전 총리를 향해 ‘이낙연’을 연호하며 지지 의사를 표현했다. 

서울=이용기자

이용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