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가 불발되면서 엑스포 개최와 맞물려 추진되던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산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여당이 새만금 잼버리 종료를 명분으로 새만금 공항 예산을 삭감한 만큼 가덕도 공항 예산 향방이 정부의 지역 형평성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부산이 사우디아라비아에 큰 표 차로 패하면서 부산 정치권이 엑스포를 대비해 추진하던 사회간접자본(SOC)투자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8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에서 새만금 공항 예산이 90% 이상 삭감되는 동안 가덕도 공항 예산을 5300억여원으로 증액한 명분이 부산 엑스포 유치였기 때문이다.
엑스포 유치 실패로 부산 정치권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부산 북구·강서구 을)은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만나 가덕도 신공항을 계획대로 지속 추진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오는 2030년 엑스포 기간에 앞선 2029년 조기 개항을 목표로 추진돼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가덕도 신공항 지속 추진을 선언했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비록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가덕도 신공항, 광역교통망 확충 같은 현안 사업이 중단 없이 계속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과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등 국민과의 약속을 차질 없이 추진해서 국가 균형 발전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가덕도 공항 등 엑스포 관련 SOC 사업에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대장정은 끝을 맺었지만 한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의 모습은 전 세계에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가덕도 공항이 엑스포 유치 실패 전처럼 조기 개항을 전제로 추진될 경우 새만금 공항 예산 삭감과 대비될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차별 논란으로 비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만금 공항 사업 추진에 명분을 요구했던 여권으로서는 부산 엑스포 유치를 전제로 추진하던 가덕도 공항 조기 개항이 명분을 잃으면서 자칫 전북과 지역 차별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가덕도 공항 문제를 섣불리 언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30일 전북 예산정책협의회에 참가한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비례)은 “새만금 개최를 전제로 예타 면제 받았던 것들에 대해 여기 계신 분들이 지혜를 발휘해 주십사 한다”며 잼버리를 전제로 한 SOC 예산 삭감에 동의를 구한 바 있다.
새만금 및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된 여당의 입장은 30일 이후 공식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대표는 30일 여당 소속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을 만나 엑스포 유치 실패 수습 및 지역 현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가덕도 공항은 현 정부의 긴축 기조에 맞지 않았다”며 “엑스포 유치 실패를 계기로 가덕도 예산을 대거 삭감하게 되면 정부로서는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서울=이용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