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림의 날 작가 유해림으로 남고 싶습니다”
유해림 작가(55)에게 기림의 날 전시회는 특별한 의미와 함께 막중한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현재 벽화작가로 활동하는 유 작가는 지난 2021년부터 3년간 꾸준히 기림의 날 행사에 참여하고 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부족함을 느낀다.
그는 “매년 8월이면 항상 나에게 주어진 과제를 풀 듯이 기림의 날을 주변에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할머니들의 삶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아 자꾸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매회를 거듭하면서 기림의 날의 의미를 더욱 깊게 새기고 항상 피해자들의 삶을 기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생각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작품을 만드는데 있어도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 작가는 “기림의 날을 3년 동안 기획하다 보니 이젠 저 스스로가 ‘기림의 날’ 작가 유해림으로 남고 싶고 그렇게 불려지는 게 저의 바람”이라며 “항상 사명감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기림의 날을 잊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유 작가는 두 작품을 출품했다.
첫 번째 작품은 ‘기억에 머물다’는 누구에게나 어릴 적 나의 모습을 회상하듯 할머니의 어릴 적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회상, 그리움 등을 연출했으며 그 길을 걸어 보고 포토존처럼 촬영하고 참여하는 작품에 포커스를 맞췄다.
두 번째 작품은 기림의 날인 8월14일을 강조하고 잊지 말자는 의미로 나비모양에 의미 있는 메모를 적어 작품을 이어가는 퍼포먼스로 구성했다.
유 작가는 “기림의 날은 우리의 아픔을 추모하는 행사이지만 누구나 관심을 가지려면 무겁지 않은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하는 슬픔을 너무 무겁게만 가져가면 오히려 외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해서 중도를 지키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웃을 수도, 울 수도, 화낼 수도 없는 표정을 차마 그릴 수가 없었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을 나타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한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