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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독촉’하는 나라, 농어촌에서 키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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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독촉’하는 나라, 농어촌에서 키울 수 있을까?
  • 전민일보
  • 승인 2023.05.09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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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8. 2022년 대한민국 출생률로 OECD 국가 중 꼴찌에 해당한다. 아이 울음소리는 반갑고 귀한 일이 되었다. 그러나 농어촌에서 아이를 낳은 부모와 아이 앞에 놓인 미래는 희망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전라북도 농어촌에 거주하는 젊은 부부의 사연이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이렇게 비참한 동네에서 다신 아이를 갖고 싶지도, 낳고 싶지도 않습니다”라고 시작하는 글은 아이를 맡기기로 했던 어린이집의 폐원으로 당장 갈 곳이 막막해진 부부의 당혹스러움을 담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출산을 ‘독촉’하는 나라에서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진 이런 상황은 왜 만들어졌으며 누구의 책임일까. 줄어든 원아 수로 인해 정부 지원마저 끊어져 운영이 어려워지자 폐원을 결정한 일을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농어촌에 정착해 가정을 꾸리기로 한 부부의 결심을 문제라고 해야 할까. 정답 없는 물음은 이어지고 대안은 불투명하다.

나도 부안에 살고 있지만 농어촌에서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나의 주저함과 젊은 부부의 호소는 우리가 직면한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의 민낯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보육과 사회인으로 발돋움하는 교육은 ‘결혼’을 고민하는 젊은 세대에게 매우 중요한 판단 요소이다. 무엇보다 출산, 육아, 교육, 돌봄으로 이어지는 세대 주기별 사회적 조건과 지원은 ‘어디서나 살기 좋은’ 대한민국 국민이 누려야 하는 당연한 권리이다.

그러나 비수도권 도시는 현재를 유지하기에도 힘에 부치고, 농어촌은 ‘지방소멸’이라는 말하기도 두려운 용어에 가장 근접한 공간으로 추락하는 중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균형발전을 공약하고 행복한 지방시대를 외치지만, 위기는 깊어지고 농어촌 소외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인식되고 있다.

이제는 농어촌 소외와 소멸을 위기로 인식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구체적인 재원과 대안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특히, ‘지방소멸 대응 기금’(이하 대응 기금)과 같이 정부에서 새롭게 만든 정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세심한 준비가 중요하다.

해마다 최소 1조원 규모로 조성될 지방소멸 대응 기금은 각 지역의 현실을 반영한 지방자치단체의 계획과 역량이 핵심인데, 현재는 일자리 확충과 정주 여건 개선 등을 명분으로 시설을 건축하거나 일반적인 지역 개발 사업에 투입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전라북도가 확보한 대응 기금은 광역 560억원·11개 시군 1,498억원으로 열악한 농어촌 시군의 재정을 고려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규모이다. 중앙정부 역시 기금의 활용 주체로 지방자치단체를 상정해 지역의 소멸 위기를 지역의 토대에 맞게 극복해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전라북도와 농어촌 지방정부는 대응 기금 고유의 성격에 맞게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 사업을 발굴하고 만들어내야 한다. 특히, 수도권 도시와의 격차가 가장 심각하고 농어촌의 주거 매력을 떨어뜨리는 보육·교육·문화와 같은 주제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대안으로 연결해야 한다. 기존의 청년 정책이나 일자리 창출 사업과 확연히 구별되는, 지역 맞춤형 정책과 사업으로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한 사회의 총체적 역량을 유지하고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모의 인구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아이 낳는 것을 마치 필수적인 임무로 규정하거나 출산의 사회적 편익만을 언급하는 것은 인간적 삶에 대한 다른 방식의 강제일 수 있다. 무엇보다 그것은 인구증감에 대한 구조적 요인과 상호작용의 중요함을 잊게 한다.

세계 최저 출생국가라는 꼬리표를 국가 역량에 대한 의문이나 불안으로 정의하기 이전에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국민의 보편적 삶에 필요한 사회적 기반을 먼저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슬지 전북도의회 의원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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