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물론, 경찰 인사 검증 부실 논란
대통령 입맛 맞추려 정 변호사 추천한 윤희근 경찰청장 책임론도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은 물론 3만 명이 넘는 전국 수사 경찰을 지휘할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과정에 촌극이 발생했다.
지난 24일 2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하루 만인 25일 사의를 표명해서다.
배경에는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문제가 있었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2017년 자립형사립고 재학 시절 동급생 A군에게 수개월에 걸쳐 언어폭력을 가한 사실이 인정돼 강제 전학 조치를 받았다.
A군은 정신적 고통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정상적인 학업 생활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국수본부장 임명을 취소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30분쯤 정 변호사에 대한 국수본부장 임명을 취소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앞서, 정 변호사는 이날 오후 3시쯤 입장문을 내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4시간30여 분 만에 임명이 취소됐다.
정 변호사가 임명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대통령실 인사 검증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변호사의 자녀 문제를 걸러내지 못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충족하기 위해서 더 낮은 자세로 부족함이 있었다면 그게 무엇인지도 한 번 돌아볼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뿐 아니라 정 변호사를 추천한 윤희근 경찰청장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본인의 일이 아니고 자녀와 관련된 사생활이어서 검증과정에서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지난달 18일 국가수사본부장 공모 지원자에 대한 서류심사와 신체검사를 거친 뒤 지난 17일 종합심사를 한 결과 지원자 3명 중 정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낙점했다.
한 달 넘게 정 변호사 자녀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에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보인다.
일각에서는 정 변호사가 검찰 출신이고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나머지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대통령 입맛에 맞추려다 접힌 '코드 인사 낭패'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4년 선배인 윤 대통령과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 등에서 함께 근무했고, 2011년에는 대검 부대변인으로 활동하는 등 손발을 맞췄다.
한편, 정 변호사가 물러나면서 국수본부장직은 당분간 공석으로 남게 됐다.
서울=전광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