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기업도시 조성사업 정상화 노력에 소극적이었던 정부는 최근에는 아예 토지매입비 중 300억원을 무주군에서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주 기업도시의 경우 전체 토지매입비가 15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1/5의 비용을 무주군에 떠넘긴 셈이다.
문제는 과연 무주군이 막대한 토지매입비를 마련할 정도로 재원이 탄탄하냐는 점이다.
무주군은 도내 대표적인 낙후지역이다. 무주군의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는 각각 13.5%와 68.8%로, 재정상태가 열악하기로는 전국 기초 지자체 중 우선 순위를 다툰다.
지방행정 운영에 필요한 거의 모든 재원을 국고에 의존하는 지자체에 토지매입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라는 것은 단 1원도 없는 사람에게 돈을 내놓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물론 총 사업비가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대기업마저도 경기악화와 수익창출 구조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발 물러선 상황에서 지자체에 토지매입비 분담을 요구한 정부도 궁여지책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무주군에서라도 300억원을 확보해 일부 토지를 매입할 경우 정부투자기관이나 일반 기업의 유치를 이끌어낼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주군이 300억원을 마련해 토지를 매입하더라도 현재의 교착상태를 뚫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더욱이 무주군이 부지매입에 나섰다가는 민간사업에 지자체가 개입하는 형국을 초래할 수 있고, 나아가 무주군 재정의 악화를 심화시킬 개연성마저 있다.
현재 무주군이 발행 가능한 기채규모는 100억원 정도고, 불용재산을 매각해도 40억원 정도 밖에 확보할 수 없다고 한다. 다급해진 무주군이 전북도가 100억원 정도 지원해주면, 자체적으로 200억원을 마련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재원마련 계획은 확실치 않다.
기업도시는 정부가 입안하고 사업시행자가 이에 참여한 사업이다. 이제와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또는 경기 사정이 안 좋다고 해서 수수방관하는 것은 정책의 영속성이나 신뢰성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사업비 일부를 해당 지자체에서 확보하는 등의 책임 떠넘기기에 앞서 정부가 나서 기업도시가 제대로 추진될 방안은 없는지를 먼저 찾아보는 게 지금 당장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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