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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잊혀진 영웅들 ② 최종열] "숭고한 희생 기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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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잊혀진 영웅들 ② 최종열] "숭고한 희생 기억해야"
  • 정석현 기자
  • 승인 2021.06.08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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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주인이 바뀌는 고지... 하루에도 수십명씩 전사”
-고등학교 2학년 18세 학도병으로 징병... 군번도 계급도 없이 참전
-한국전쟁 정전협정 앞두고 벌어진 치열한 백학면 고지전투 투입
-군번 없는 학도병 부상자나 훈장 수여자 이외 유공자 인정도 힘들어

 

“자고 일어나면 고지의 주인이 바뀌었지. 전투에 투입된 동료들 가운데 수십명은 다음날 보이지 않았어”

학도병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최종열 선생은 처참했던 전장을 회상하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내 한숨을 내쉬던 그는 고이 간직해온 학도병 수첩과 자료들을 꺼내 보이며 당시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1951년 전쟁터에 끌려간 그는 1사단 12연대 소속으로 참전, 파주군 일대에 복무하게 된다.

당시 18세 고등학생이었던 그의 손에는 펜 대신 총이 쥐어졌다.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간 그는 군번도 계급도 없이 고유번호만 가슴에 단 채 오직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

“학교를 다니다가 갑자기 전쟁터로 끌려갔지. 훈련이라고는 학교에서 받은 기초 군사교육이 전부였어. 처음에는 억울한 마음이었지만 점차 독기가 생기더라구”

생사를 넘나들며 전장을 지키던 그는 1953년 5월 평생 지워지지 않을 참혹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 무렵 곳곳에서는 정전을 앞두고 한 치의 땅이라고 더 차지하기 위한 뺏고 뺏기는 전투가 한창이었다.

그 역시 연천 백학면 전투에 투입됐다.

당시 임시본부는 제대로 된 숙소는커녕 천막조차 없었다. 병사들은 참호에서 생활하며 전장에 투입, 복귀를 반복했다.

그가 싸우던 전장에서도 오직 단 한 치의 땅을 위해 수많은 젊은 생명이 사라져 갔다.

“당시 매일 20~30명의 신병들이 새롭게 올라왔지. 그 가운데 전장에 나가 본부로 살아 돌아오는 인원은 불과 10명 남짓에 불과했어”

사라져간 젊은 생명은 비단 국군들만이 아니었다.

“다시 빼앗은 고지에서 전사한 인민군들의 소지품을 보고 가슴이 무너졌지. 15~16세 소년들의 수첩이 수도 없이 나왔으니까”

이처럼 목숨을 걸고 조국을 지켜냈지만 그에게 돌아온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학도병으로 전쟁터에서 공훈을 세워 화랑무공훈장까지 받았지만 정작 고향으로 돌아온 뒤 전쟁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고 심지어 “오죽 못났으면 전쟁에 끌려갔느냐”는 핀잔까지 들어야만 했다.

또한 계급도 군번도 없는 학도병인 탓에 유공자로서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1985년이 되어서야 국가보훈처 무공수훈자로 등록이 됐다.

그는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참전용사지만 현재 돌아오는 건 매달 몇십만원의 연금과 6만5000원의 훈장 수당이 전부”라며 “그나마 훈장이나 부상이 없는 학도병들은 이마저도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무공수훈자회 전북지부 지도위원을 맡고 있는 최종열 선생은 “한국 전쟁 참전용사들은 대부분이 죽거나 90세가 훌쩍 넘은 노인들이 되었다”며 “대부분 고령인 이들은 경제적 능력이 없어 국가와 지자체에서 주는 보훈수당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비록 세월이 흘러 전쟁의 상처는 점차 희미해져가지만 조국을 위해 희생한 당시 젊은이들의 숭고한 희생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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