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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잊혀진 영웅들 ① 김오철] “오직 조국 위해 싸우겠다는 생각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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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잊혀진 영웅들 ① 김오철] “오직 조국 위해 싸우겠다는 생각 뿐”
  • 전광훈 기자
  • 승인 2021.06.01 2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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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22세 나이에 군입대
강원도 양구백석산 전투 참여
오른팔과 다리에 총상 입기도
“전우들 희생정신 기억해주 길"
한국전쟁 김오철 참전용사
한국전쟁 김오철 참전용사

올해로 한국전쟁 발발 71주년을 맞았다. 이미 포성은 사라졌지만 수많은 참전용사들이 육체적·정신적 상처를 안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본보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나라를 위해 희생한 참전용사들을 만나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과 애환을 듣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는다.


전주시 완산구 중노송동 728번지.

허름한 골목사이 불편한 팔다리를 이끌고 지팡이에 의지한 채 본보 기자를 맞이한 노인이 있다. 올해 94세의 6.25 참전용사 김오철(사진) 어르신이다. 어르신을 따라 들어간 10평 남짓한 집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듯 마냥 초라하기만 했다.

“당시 전쟁 상황이 어땠는지는 전장에 나간 사람만 알지요. 강원도 양구 전쟁터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하다 죽은 동료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전장에서 팔과 다리를 잃어가면서도 끝까지 싸운 용사들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김 할어버지의 첫 마디이다. 

6.25전쟁 당시 7사단 3연대에 속해 인민군과 싸우던 청년 김오철씨는 이제 왜소한 체구의 노병이 됐다. 6.25 71주년을 3주가량 앞두고 한 손엔 서류봉투를, 다른 한 손엔 지팡이를 움켜쥔 채 나타난 김씨의 모습에서 아직 그에게 남아 있는 사명의 무게가 전해졌다.

김씨가 귀중한 물건을 다루듯 건넨 봉투에는 직접 겪은 6.25 전쟁 수기, 복무기록, 참전용사증 등이 그가 살아 온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1950년 10월 1일, 22세 나이에 조선국방경비대 3연대 3대대에 입대한 그는 4일 뒤 소위로 임관해 6.25에 참전하게 됐다. 

동족상잔의 비극이 절정으로 치달았던 1950~1951년. 전술적 요충지였던 강원도 양구에서 그는 연일 치열한 전투를 펼쳐야만 했다. 1953년 7월 27일 전쟁이 끝나는 마지막까지 순간까지 전우들과 전장을 지킨 그는 오른쪽 팔과 다리에 총상을 입기도 했다.

강원도 양구지역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아픔의 흔적들이 양구지역 곳곳에 남아있을 정도로  6·25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가 있었던 현장으로 알려졌다. 

1951년 판문점에서는 휴전회담이 진행되던 순간에도 이 지역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국토 회복과 유리한 회담을 조성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김씨는 "밤낮 구분 없이 참혹한 전투가 벌어졌어요. 국군 제7사단 3연대와 5연대, 8연대를 비롯해 제16포병대대, 제8사단, 미 제96야전포병대대는 연일 북한과 중공군에 맞서 싸웠야 했습니다."

그는 전투를 겪으면서 같은 대대에 속해있던 전우들을 많이 잃었지만 아직까지 소속 부대를 기리는 비가 건립되지 않아 안타까워했다. 이에 수차례 뜻을 전달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훈장에 욕심은 없지만 전쟁 당시 태극기를 잠깐 들고 있었다는 이유 등으로 훈장을 받은 사람들을 보면서 내 명예를 비롯해 전장에서 피흘리며 쓰러져간 동료들의 명예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노병의 마지막 소원을 군 당국이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의 훈장과 보상이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참전용사)희생정신과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후대에 오래도록 기억되고 역사로 기록되는 것이 진정한 보상이 될 것입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후 딸의 부축을 받으며 돌아서는 노병의 뒷모습에서 동족상잔의 비극을 느낄 수 있었다. 
/전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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