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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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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만남
  • 전민일보
  • 승인 2008.10.0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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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首丘初心” 여우가 죽을 머리를 제 살던 굴 쪽으로 두고 죽는다는 옛말과 “胡馬依北風越” 호나라 말은 북풍에 몸을 의지하고, 월나라 새는 남쪽 가지에 깃든다는 말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심사가 우주명의 근본 심성이라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다.
50대 중반인 필자는 중학교 때부터 객지 생활을 하였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빼먹지 않고 추석과 설 명절 때 고향을 찾았다.
나와 같이 개구쟁이로 온갖 놀이를 다 하여 어른들에게 꾸중을 듣던 친구들…
흙을 벗 삼아 묵묵히 살아가는 어른들, 짝사랑하였던 이쁜이 고쁜이도 고향을 방문해 만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만남이 있지만, 아버님, 어머님는 물론 형제와 만남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별다른 대화는 없어도 눈으로, 마음으로 주고받는 대화가 있었다.
아버님는 평소에 대화가 없었지만 막걸리를 드시면 대화가 많아진다. 가르치기 힘들지만 중학교 때 전체 학생회장에 당선되었다고 하니까 집으로 초청해서 대접이라도 하라고 말씀하셨기에, 남·녀 친구들을 17명 초청하였을 때 사랑방에서 밤새워 놀 때도 술 한 잔씩 먹는 것도 이해하셨던 너무나 고마웠을 때가 엊그제 같지만, 지금까지 생각이 난다.
어머님는 학창시절에 어려운 살림에 아들이 오면 한 푼이라도 더 줄려고 쌈지주머니에서 꼭꼭 접어 두었던 돈을 내 손에 쥐어 줄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한때 교육 사업을 할 때 타인에 의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어머님은 명절 때라도 동네 이웃에서 사업 밑천자금을 빌려서 주었다. 불평한마디 하지 않고 오히려 많이 빌리지 못해 한숨 쉬는 안타까운 모습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 자식사랑의 마음이 깊었다.
이번 추석에 아버님, 어머님에게 절을 올리면서 다시 보고 싶어 하염없이 울고 싶었지만, 많은 형제, 자녀, 조카들이 있어 소리 없이 눈물을 닦으며 “아버님! 어머님! 더욱 열심히 살아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좋아하시도록 살겠습니다. 이제라도 양옥이를 보고 생전에 못 웃던 웃음, 마음 놓고 웃어보세요. 그리고 아버님, 어머님 묘에 잔디가 부족하니 보기 좋게 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셀프대화를 하였다.
추석 전날에는 아내와 두 딸, 형수와 조카들과 함께 새로 건축한 아름다운 고향 집에서 모여 앉아 송편을 만드는 모습을 보니 마음 흐뭇하여, 나는 옆에서 유심히 바라보며 어머님이 생전에 모양은 안 좋아도 가족을 위해 만드시는 모습이 떠올라 또 한 번 눈물이 앞을 가렸다.

김 양 옥 / 전북대 평생교육원 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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