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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풍조를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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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풍조를 막아라
  • 전민일보
  • 승인 2008.09.16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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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전주대학교 예술관 별관 2층 실습실에서 이 학교 2학년 양모(19)군이 천장에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양 모 군은 “이번학기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회적, 개인적 현실이 가슴을 짓누른다. 그러나 한편으론 왜, 그렇게 막다른 선택을 했는지 선뜻 이해가 안 간다. 죽음이란 인생의 문을 닫아버리는, 두 번 다시 물릴 수 없는 도박이다. 학자금 대출도 있고, 각종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얼마든지 학업에 정진할 수 있는데도 그는 쉽게 죽음을 선택했다. 젊음의 꿈이 돈 앞에 뭉개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난 8월 27일엔 서울 방화동 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 상일동 방면 승강장에서 30대 주부가 생활고를 비관, 어린 아들·딸과 함께 달려오는 열차 선로에 뛰어들어 모녀가 숨지고 아들은 중태에 빠졌다. 같은 달 28일에는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 옥상에서 이 방송국 작가 김모씨(22·여)가 투신해 숨졌다. 또 지난 8일에는 개그우먼 정선희씨 남편인 탤런트 안재환(본명 안광성)씨가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탤런트-개그우먼 부부 두 사람이 지금의 유명세로만 살아도 충분히 이름을 날리며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을 텐데, 욕심 때문에 여러 사업에 손을 대다가 결국 인생 파탄을 맞은 게 못내 안타깝다.
  인생을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은 한 번쯤 자살을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만약 그런 생각이 없었다면 그 사람은 인생에 대한 애착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인지도 모른다. 인생에 대한 도전에서 좌절할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살을 꿈꾸게 된다. 그렇지만 막상 자살을 실행에 옮기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자살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살은 고의적으로 자신에게 부과한 죽음이다. 이 지구상에는 매일 하루에 1천 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청소년들의 비관자살, 연예인등의 의문의 자살, 그리고 생활고 때문에 간간이 자살을 하는 등 그 사연은 절절하다.
  심리학자 ‘프로이드’는 ‘삶의 목표는 죽음’이라고 했다. 사람의 본능을 생의 본능과 죽음의 본능 두 가지로 나누었다. 죽음의 본능이란 파괴의 정신적 에너지가 밖으로 향하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향할 때 자기에 대한 살인행위 즉 자살이 이루어지며, 이 에너지가 자기 이외의 타인으로 향해질 때에는 살인으로 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그의 저서 ‘자살론’에서 자살은 사회현상이며 자살의 원인 역시 사회적이라고 보았다. 뒤르켐은 자살이란, ‘희생자 자신이 어떠한 결과가 초래될 것을 알면서 그 자신이 행한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에 의하여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초래한 죽음의 모든 원인’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그는 자살을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 숙명적 자살 등으로 분류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자살이 날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7년 사망 및 사망원인 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1만 2천 174명으로 전체 사망자 가운데 5%가 자살로 숨졌다. 또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인구 10만명 당 24.8명으로, 198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만명 당 자살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은 10년 전(13.0명)에 견줘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자살의 사망원인 순위도 10년 전 8위에서 지난해 4위로 크게 상승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그토록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도록 몰아넣은 것일까? 물론 자살의 원인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사회적 요인과 개인의 성향, 자신이 처한 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80%는 우울증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울증 치료가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자살 사망률 1위(2006년)로 올라서는 등 자살이 심각한 국가적 선결 과제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자살의 원인이 경제적 빈곤과 질병으로 인한 고통, 고령 등이라는 점을 감안,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자살은 사회의 건강 상태를 말해주는 핵심 지표 중의 하나다. 이런 면에서 정부가 국무총리실 주도로 10개 관계부처가 참여해 ‘자살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에 나선 점은 뒤늦게나마 다행이다. 이번 기회에 실효성 있는 자살 예방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신 영 규/수필가·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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