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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18) 한국화가 송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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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사람들(18) 한국화가 송재명
  • 이종근
  • 승인 2007.12.31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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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상에 영원한 것은 그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영원할 것처럼 믿게 만드는 바람은 때론 허무하기도 하지만 때론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꽃이 시들고 눈도 녹아 사라지고, 사랑했던 사람도, 철천지 원수도 모두 떠난 그 자리엔 언제나 외로운 추억만 남을 뿐. 오늘따라 먼저 떠나간 사람들의 풍경과 기억들이 남아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당신이 내 인생의 여로에 동행해 주신다면 마음 기댈 수 있고 웃음 나눌 수 있는 마음 하나면 부러울 것 없다고 마음 굳게 먹고, 인생의 여로에 동행해 주신다면 걷는 길이 험하다고 돌아가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가겠다는 의지 하나 만으로 모든 문제를 풀 수 없는 게 삶이 아닐까요.
 길에서 잃어 헤매는 시간이 길고, 서로 다른 상념에 젖어 동문서답하는 길이 기다리고 있음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방향마저 잃어 깊은 산골짜기에서 헤매는 데에 이르기도 하지만 그 길은 그러나 유익하기만 합니다.
 소가 발자국을 잃고 울며 앞으로 가는데, 마침내 산이 어두워져 길마저 어두운데, 이 시간조차 아름다운 것은 진정한 자아가 잉태되기 때문입니다. 바로 당신이 저와 함께 동행하는 진정한 이유가 아닐런지요.
 장자의 ‘호접몽’을 통해 이상향의 경계를 그윽히 담아내고 있는 한국화가 송재명(45.한국미술협회 전주지부장)씨는 오방색 빛깔을 빌어 희망의 메시지를 띄워보고 있답니다.
 어느 화창한 봄날 장자가 잠이 들었습니다. 꿈 속에서 나비가 돼 꽃밭을 날아다녔답니다. 깨어보니 다시 장자로 돌아왔구요. ‘내가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내가 된 것일까요’
 장자는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헷갈렸습니다. ‘나비의 꿈’(호접몽) 우화입니다. 장자는 인생이 한낱 꿈이라고 믿고, 세상의 명예와 출세를 우습게 여겼답니다. 바로 도가사상의 본질을 깨달은 것입니다. 인간도 역시 모든 우주 만물 속의 하나의 객체로 인정한다면 나비이든 사람이든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곧 장자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편협된 사고의 틀과 고정 관념을 벗어나 모든 우주 만물의 저절로 그러한 상태인 도(道)를 따르라는, 흔히 이야기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주장한 것입니다.
 아프리카 등지에서 기아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 파괴된 자연이 인간을 위협하는 현실을 볼 때, 자연 속에서의 소박한 삶이 진정 의미 있고 즐거운 것이라는 장자의 가르침은 더욱 위대한 빛을 발합니다.
 작가는 1995년부터 ‘유희-꿈’ 시리즈로, 장자의 호접몽같은 판타지를 통해 과거와 현재, 현실과 꿈을 사유하되, 어두운 시대의 기억과 부끄러운 욕망조차도 다독이며 긍정할 수 있게 된 시선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그려내고 있네요.
 작가는 언제나 나비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작품 속 잉어는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굴레와 미래에 대한 희망의 찬가요, 긍정적 사고의 칸타타입니다.
 대담한 화면 구도, 기하학적인 도상, 밝은 색조로 이어지는 단정한 조형 논리로 탄생시킨 구조물을 평면 위에 과감히 배치하고 있네요. 삼각형 모양은 지혜를, 사작형은 땅을, 원은 정신 세계를 담고 있는 상징물이랍니다.
 “쳇바퀴 돌 듯 살아가면서 자신의 이해 관계에 얽매여 있는 우리들로서는 고사 호접몽이 가끔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계기의 시간이 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이를 깨워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가, 다시 현실에 안착하고 있는 이를 흔들어 깨워 꿈 속으로 안내합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지, 꿈이 나를 꾸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염원은 이분법적 구도의 화면에서 잘 나타납니다. 특히 단순하게 처리된 조형이 지닌 상상의 한계는 무한대입니다. 우주만물의 이치와 만유법칙을 한 송이의 꽃에, 한 마리의 새에 담아네고 있구요. 물론 그 배경에는 항상 산과 하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주가 활짝 피고 자연의 바람이 흐르는 작품은 환상적인 꽃밭이기도 하고, 화려한 꿈 속의 샛별이기도 합니다. 십장생과 호랑이, 폭포수 등은 가일층 이상향의 세계를 흠모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야하는 세상은 그렇게 점점더 가까이 다가오네요.
 이윽고 산과 들판을 휘감아 흐르는 오염되지 않은 푸른 강의 물결도 휘몰이 장단으로 춤을 춥니다. 그러면서도 미생물의 유희가 꿈틀거리기도 하고, 상상속에서 현란하게 피는 미래의 에덴이 그윽히 펼쳐지기도 합니다.
 생명력을 통한 이상향의 노래는 그래서 더욱 더 아름답고 화려하면서도 동화적 상상력이 둥지를 틀고 앉은 채 호접몽의 세계가 아스라이 펼쳐집니다. 이종근기자

1.작가의 말

 갖가지 색깔의 나비들이 봄 기운 싣고 너울너울 춤을 춘다. 생명의 씨앗을 건네고 퍼트리는 꽃과 나비는 하나의 몸짓. 꽃이 나비인지 나비가 꽃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호접몽의 세계가 아닌가.
 황사에 덮인 꽃나무의 비명을 들린다. 비가 제 먼저 울고 가누나. 하르르 하르르 흩날리는 꽃비에 손바닥을 펼쳤다가 이내 그만두고 만다. 자연의 이치란 애시당초 그런 게지. 밤새 동백꽃 피어나는 꽃소리 아련히.
 그대 바쁜 마음 잠시 접어두고 이리 와 앉게나. 끊임없이 피고지는 화무십일홍. 세상살이랑 사람의 일도 마찬가지이니 모두 잊고 차나 한 잔 하세나. 사랑과 행복의 씨앗을 전해줄 꽃과 나비, 마음 속 어우른개를 잘도 지키고 있다.

 2.미술평론가 손청문씨의 평

 도가와 불가사상에 입각하여 전통적인 민화적 소재의 차용과 화려한 오채(五彩)의 변주와 화음, 작가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구도하에 빚어진 수작들로, 현대적 미감에 부응하는 독창적인 조형 감각이 돋보인다.
 미감적 실체는 전경에 자리한 꽃과 새, 잉어, 호랑이, 사슴과 같은 생물체들, 그리고 중경을 점유하고 있는 짜임새 있는 산세와 폭포수, 원경에 자리하는 하늘, 해 등은 선조들의 민간신앙과도 결부된 십장생에 유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작가가 걸어온 길

전주 출생
개인전 6회
원광대학교 및 동 대학원 한국화과 졸업
대한민국 회화대상전 심사위원
올해의 미술인상 수상(전주시)
화랑미술제 초대(1995, 1998)
한국 청년 작가 대표 초대전
한국 청년미술제
인사동 미술축제
백두산 스케치 초대전
(현) 한국미술협회, 원묵회,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전북구상작가회 회원
(현) 한지문화축제 사무국장, 한국미술협회 전주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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