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가 전북대-익산대학 통합에 대해 ‘수의대 이전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통합을 저지하겠다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2008학년도 수시2학기 신입생 모집부터 통합 전북대 신입생을 모집하기로 예정된 가운데 도내 첫 국립대 통합의 마지막 단계에서 익산시와 막판 갈등을 겪게 돼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익산시, “수의대 이전 약속 지켜라”=익산시 이한수 시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전북대는 수의과대학과 인·수공통 전염병 연구소 등을 익산캠퍼스로 이전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이를 어기면 통합을 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또 “익산시의 요구가 무시된 통합은 원천무효이며,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시민과 함께 철회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북대-익산대학 통합 합의서 내용은?=지난 5월 29일 체결된 전북대와 익산대학의 통합 합의서 내용은 △2008학년도부터 통합 전북대 신입생 선발 △수의대 특성화(대동물·산업동물)분야 2009년부터 단계적 이전 △익산캠퍼스 공학계열 전주 이전 △익산캠퍼스 농학계열 단과대 승격 △정부지원금 50% 이상 익산캠퍼스 이전 특성화분야 투자 등이 뼈대다.

이 합의서의 내용에 따르면 수의과대학의 전체 이전이 아닌 대동물·산업동물을 중심으로 한 특성화 분야의 단계적 이전이라고 돼 있다. 이 합의 내용은 물론 수의과대학의 이전을 전제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당시 수의과대학의 의견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우선 특성화분야의 단계적 이전을 포함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인수공통 전염병 연구소 역시 명시적인 합의문에는 빠져있다. 이 연구소는 현재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등이 전북대 유치를 전제로 예산반영을 약속했을 뿐 구체적인 실체가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 "익산시의 ‘지나친 간섭’은 사양"=이런 와중에 익산캠퍼스의 특성화와 관련해 익산대학과 전북대는 수의대의 완전 이전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수차례 이한수 시장에게 전달했다. 실제 부산대-밀양대 통합과정에서 한의학전문대학원을 밀양에 유치하기 위해 양산시장은 4년간 200억원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시장은 끝나 아무런 제안도 하지 않았고, 결국 수의대 교수들은 오랜 회의와 고민 끝에 연구기반이 부족한 익산캠퍼스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수의대의 익산 이전이 무산되자 서거석 총장은 5일 저녁 이한수 시장과 익산대학 관계자들을 만나 다른 단과대학이 이전하기 전까지 공과대학의 교양학부 과정을 익산캠퍼스에 유치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서 총장은 교양학부의 수강생이 약 1300명이기 때문에 익산캠퍼스의 공동화 우려는 없다는 점도 설명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다음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전북대의 수의대 이전 무산에 대해 ‘강력한 투쟁’ 의사를 밝혔다.

이런 와중에 이 시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익산대학의 한 관계자는 “이 시장이 수의대가 익산에 오면 적극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해 놓고도 수의대 이전을 위한 아무런 제안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셈”이라면서 “아무런 투자도 없이 지자체가 콩 놔라 팥 놔라 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고 일축했다.

전북대는 이 시장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응하기보다는 익산캠퍼스의 경쟁력 확보와 공동화 방지를 위한 방안을 담은 사업신청서를 10일 교육인적자원부에 제출한 다음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소장환기자·익산=고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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