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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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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족
  • 전민일보
  • 승인 2016.05.2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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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아침밥을 먹는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생활 습관이다. 밥을 먹어야 영양분을 섭취하여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밥은 삶의 시작이요 그 끝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밥을 얻으려고 온갖 노력을 기우렸다. 인류의 역사는 밥을 얻으려는 노력과 다툼으로 이어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어렸을 때는 밥을 먹기가 어려웠다. 요즘처럼 잘 차려진 밥상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아무거나 배부르게 먹는 게 소망이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콩깻묵을 배급 주어 삶아먹었고 한국전쟁 때는 독새풀씨도 털어 볶아먹었다. 겨울에는 고구마를 쪄먹으며 끼니를 대신했다. 학교에 다닐 때, 점심은 도시락을 싸지 못하고 굶는 때도 많았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먹고 살기가 참 어려웠다.

다행히 경제개발 계획을 세워 성공하여 살기가 좋아졌다. 통일벼라는 신품종으로 쌀 생산이 늘어났고 농사법의 개량으로 소출이 늘었다.

비닐하우스는 철을 모르는 농사를 가능하게 했다.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 사업으로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배고픔에서 벗어났다.

경제개발로 여기저기 공장이 들어서고 건설경기가 좋아지면서 시골사람들은 도시로 모여들었다. 수십 년 동안에 모여든 시골사람들로 도시는 커지고 시골을 비어갔다.

고향 마을에 가면 빈집이 늘어나고 헐린 집터엔 잡초만 무성하다. 안노인들만 남아 외롭게 지낸다.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옛집에서 홀로 끼니를 때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혼밥족이 있다. “혼자 밥 먹는 족”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생소한 말이지만 현실에 맞는 언어다. 혼자 밥을 먹으니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들기나 할까. 되는대로 차려 먹을 게다. 밥하기 싫으면 빵을 사 먹든지 라면으로 때우기가 쉽다. 아내도 내가 나가고 없으면 밥이 먹기 싫단다.

아무거나 조금 먹고 만다. 고구마가 있으면 그것 한 개로 끝나고 떡 몇 개를 먹으면 끝이라 한다. 그렇게 먹고 어떻게 필요한 영양소를 채울 수 있을까.

옛날에는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밥을 먹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삼촌, 고모, 조카, 손자가 모여 앉았다. 밥을 먹으며 할아버지의 말씀도 듣고 나쁜 버릇도 고쳤다. 그리고 맛있는 것을 서로 권하며 정을 두텁게 했다.

나도 조촐한 가족이지만 아버지, 어머니, 누나, 동생들과 같이 상을 차려 밥을 먹고 자랐다. 어른이 된 뒤에도 어머니를 모시고 아내, 아들딸이 모여살았다. 그럼으로써 가족의 화합을 다지고 정을 나누었다.

유명한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집에서는, 아침 5시에 많은 가족이 모두 모여 밥을 먹었다고 한다.

다른 집에 사는 아들딸들도 아침밥만은 같이 먹었다는 것이 화제꺼리였다. 날마다 준비하는 안사람들의 노고야 크겠지만 가족화합을 꾀하고 정을 나눈다는 성과를 더 높이 산 것이다.

혼밥족은 얼마나 외로울까. 편한 것도 좋지만 사람은 모여 사는 것이 정상이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여겨진다. 자유스럽고 남의 눈치 볼 것 없으며 간섭받지 않는 것은 좋을지도 모르지만 사람이 사는 맛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서로 어울려 정을 주고받고 사는 진미를 느끼지 못할 것 같아 안타깝다.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마을 회관에 모여 공동으로 밥을 먹는 일이 많다고 한다. 혼밥족도 한번 생각해 볼 일인 것 같다.

김길남 전 화산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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