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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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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 전민일보
  • 승인 2016.05.02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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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작아진 그 어깨 뒤에 서서 자꾸만 마음이 서러워집니다.

젊으시던 그 시절, 아버지의 분신처럼 늘 함께 움직이던 짐자전거에는 아버지의 키를 훌쩍 넘는, 아버지의 곱상한 몸짓에 몇 배나 큰 무게의 짐들이 올려 져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짐자전거 폐달을 밟으며 내시던 그 거친 숨소리를 들었을 때에도 아버지는 다 그렇게 강단(剛斷)있는 사람일거라고, 부모는 모두 특별한 초능력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잘 드시지도 못하는 술 한두 잔에 풀어놓으시는 삶의 회한들을 들으면서도 그 어려운 시절들을 지나온 어른들의 삶이려니 여기며 그 아픔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작아진 아버지의 어깨가 유난히 선명하게 내 눈에 들어오던 날, 내 아버지가 저리 마음이 여리시고 고우신 분임을 놀라하고 느끼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좋은 것, 이쁜 것, 다 보이고 느끼면서도 그런 것들 보다는 가족이 앞서야했고 6남매 자식들을 먼저 챙겨야하는 그 버거운 숙명 앞에, 자신의 것은 미루고 버리며 자신을 잊고 살아오셨음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뒤늦게 ‘6.25 참전용사 호국기장’을 목에 거시고 “이제 내가 너희들한테 해야 할 역할을 다 한 듯싶다. 아무 여한이 없다.” 하시며 눈물짓던 아버지는 대한민국, 이 조국의 진정한 영웅이기도 하셨습니다.

아버지!

당신의 삶은 지금도 한결같이 자식바라기입니다. 주일아침이 되면 한 번도 거름이 없이 정확히 1, 2분 차이로 매주 그 시간 즈음 내 전화벨을 울리는 주일아침 데이트신청의 주인공이 아버지입니다. 구순이 가까우면서도 낭낭하신 음성으로 "오냐?" 물으시니 때로는 몸살로 끙끙 밤을 지새운 아침이어도 "네 아빠!!" 곧장 자리 털고 일어나 시골집으로 달려가곤 합니다. 학교일에 바쁜 딸자식, 좋아하는 나물반찬들로 주일아침이라도 한끼 먹이고 싶어 하시는 그 사랑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젠 건강도 예전같지 않으시지만 그 한끼 먹이시고 싶어서 주일을 기다리시고, 때로는 밥보다 잠자는 것이 더 좋으련만 주일문안 거르지 않고 찾아와 밥상 앞에 앉아있는 그 모습 보시며 흐뭇해하시는 두 분의 즐거움을 깰 수 없는 딸자식의 이심전심 (以心傳心)의 마음 또한 함께하고 있는 주일풍경입니다.

그렇게 부모님 밥상을 받으며 시작하는 주일아침 풍경이 이제는 늦잠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렸고 밥상을 받고 나오며 감사의 마음담은 손녀(孫女)의 깊은 포옹을 함박웃음으로 좋아하시는 모습 보며 함께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되지만, 때론 문득 그 모습에도 철렁 마음이 내려앉고 코끝이 시큰 해 집니다. “언제까지 주일아침 아버지의 전화데이트, 그 음성을 들을 수 있을까?”

진자리, 마른자리, 보듬고 다듬어 키우시고 성장시켜 제 몫의 삶 가운데 세우시고도 부모는 자식에게 늘 거져내어주는 자리인 것을, 가장 안전한 휴식처임을 깨닫고 돌아봅니다. "건강이 제일이다. 몸 챙겨야 한다." 늘 염려가득 당부의 말씀 속에 담긴 그 따끈한 사랑을 가슴에 모셔 훗날 내 아이가 나 같은 어른이 되는 그때에도 나조차 그런 부모가 되기를 소원해봅니다. 평생 성실과 겸손으로 감사의 삶을 몸소 보여주신 귀한 가르침의 재산(財産), 더욱 깊이 마음에 새겨서 지키고 우리도 부모의 이름으로 자녀들을 그리 살피며 내리사랑 실천하겠습니다.

아버지!

그 이름 뒤에는 너무도 깊고 아픈 어른의 고뇌가, 버텨내기 힘드셨을 삶의 무게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차마 소리 내어 불러드릴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한편으론, 이제는 그러한 고뇌와 무게들을 다시 더해드리기가 싫어서 조금 더 가볍고 살가운 이름으로 당신을 위로해봅니다. 아빠! 사랑해요!!

이효숙 전주비전대 미용건강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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