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17 05:54 (금)
6월 한달 반짝 관심
상태바
6월 한달 반짝 관심
  • 최승우
  • 승인 2007.06.06 1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호국보훈의달 -전북무용촌 익산 하이테크를 찾아
-국가유공자 유효기간 겨우 1개월... 대다수 소외된 삶



위해 일하다 희생된 개인의 애처로움을 국가가 절대 수수방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만나본 탁경율(58) 전북무용촌 (주)익산하이테크 대표이사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국가유공자들이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운 명예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이면을 바라보면 궁핍한 가정생활 등 정신적인 불행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어요.”
탁 대표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공자 선배들과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분들의 후손들이 힘겹게 생활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가슴 한쪽이 시려온다”고 말했다.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국가유공자들을 바라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한이 없습니다, 나라를 위해 개인을 희생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정하면서도 6월 한 달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정부도 국민들도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죠.”

탁 대표는 또 “이익단체들의 과격한 요구에는 정부가 강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도 묵묵히 살고 있는 국가유공자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사실 탁 대표 역시 군 복무 중 장애를 얻은 국가 유공자다.

지난 1972년, 군 복무시절 진지구축 작업 도중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라는 장애를 얻은 탁 대표는 이후 국가유공자로서의 삶을 살게 됐다.

“걸을 수 없다는 사실이 믿겨 지지 않았습니다, 정부에서는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줬지만 그것으로 인생을 보상받을 수는 없었어요.”

탁 대표는 2년 여간의 방황 끝에 고향인 부안으로 돌아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일터에 뛰어 들었다.
“굶어 죽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정상인처럼 삽을 들고 땅을 팔 수 없었기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쌀 포대를 만들기 시작했죠.”

하지만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탁 대표가 쌀 포대를 만들기 시작한 지 1년 만에 속칭 ‘마대자루’라고 불리는 대량생산형 쌀 포대가 시중에 출시됐기 때문.

탁 대표는 “눈물을 머금고 다시 세상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생각에 전북무용촌을 찾아 자활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제시 성덕면에 위치한 전북무용촌은 한국전쟁 이후 장애를 얻은 상이군인들의 집단 거주지였다.
익산상이군경회 지회장으로 무용촌을 찾은 탁 대표는 마을 주민들을 모아 군화에 가죽을 입히는 가피작업을 하며 무용촌에 희망을 불어 넣었다.

1991년 걸프전이 시작되면서 하청물량이 크게 줄어 공장문을 닫았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됐다.
1급 상이용사 20여명이 국가유공자들의 재활을 위해 10억원을 모아 1996년 지금의 하이테크를 설립하게 된 것.
이후 하이테크는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치는 군인들을 위해 방한화와 군화, 운동화 등을 생산해 군부대에 납품했다.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대인지뢰화도 3년 여 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생산, 한 켤레당 110만원대에 이르던 것을 40~50%이상 저렴한 가격에 납품해 국가적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탁 대표는 “많은 일반인들이 ‘국가유공자는 어렵게 살아가는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라며 “어떻게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장애를 입은 국가유공자들에게는 세상이 그리 만만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더구나 나라를 위해 일하다 장애를 얻은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아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장애’라는 절망과 국가에 대한 ‘서운함’, 그 두 가지와 싸워야 하는 부담이 있어요.”

탁 대표는 “국가를 위해 희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웅’이 될 수 있는 세상이 하루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정부의 세심한 배려와 국민들의 애국심이 더욱 확대돼야 국가유공자들이 참다운 유공자로써의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소원했다. 최승우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서울공항 봉인 해제에 일대 부동산 들썩… 최대 수혜단지 ‘판교밸리 제일풍경채’ 눈길
  • 화려한 축제의 이면... 실종된 시민의식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삼대가 함께 떠나고 싶다면, 푸꾸옥
  • 눈에 보이지 않는 학교폭력 ‘사이버 불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