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최고령 작가인 우죽(友竹) 양진니(87)씨는 여섯 살에 처음 붓을 잡은 후 80여년 세월 붓을 놓지 않은 원로 서예가로 교통 사고 후유증으로 몸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 귀감이 되고 있다.
양 작가는 이번 서예비엔날레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고려 때 시인 이인로 ‘지리산’을 출품했다.
저 멀리로 저녁 구름이 낮게 깔리고 골짜기마다 바위마다 회계산을 닮았네/ 지팡이 짚고 청학동 찾으려는데 건너편 숲 속에는 흰 원숭이 소리만 들리네/ 누대는 아득하고 삼신산도 멀기만 한데 이끼 위엔 희미하게 옛글 네 글자 남아있네/ 비로소 묻노니 무릉도원이 어디인가?/ 흐르는 물 지는 꽃이 사람을 헤매게 하네
지필묵과 함께 한 서예인생 80여년은 선생의 호 그대로 대나무처럼 굳세고 반듯했다.
평생 손톱 밑에 스며든 먹물이 마르지 않도록 하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왔다.
후학들에게 글씨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 위해 4~5년마다 개인전을 열어왔다. 올해 4월에도 미수전(米壽展)을 개최하기도 했다.
양 작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작품 활동을 이어가겠다”며 “서예비엔날레에도 꾸준히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예는 마음을 담는 예술로 먼저 인간이 돼야 글씨도 무르익는다”며 “서예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인성교육의 핵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양 작가는 국전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서예협회 이사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서예협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민국 문화훈장과 세계대학 총장회의 사회교육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박해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