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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노부모 동거세대 지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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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노부모 동거세대 지원법
  • 전민일보
  • 승인 2015.10.14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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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산 지 올해로 9년째 접어들었다. 서로 떨어져 살았을 때는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걱정하였다.

날씨가 더운 날은 더운 날 대로 추운 날은 추운 날 대로 근심하였다. 생선 한 토막을 먹어도 죄스럽고 과일 한 조각을 먹어도 목에 걸려 잘 넘어가지 않았다. 함께 살면 늘 맛있는 반찬에 좋은 음식을 해드리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막상 함께 살다보니 뜻하는 대로 해 드리지 못해 서로 떨어져 살았을 때보다 더 힘든 적이 많았다.

새정치연합 민주정책연구원과 대한노인회는 지난 8월 24일 국회에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불효자식방지법’을 추진하려고 현행 민법과 형법 개정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불효자식방지법’은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한 뒤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 상속한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이 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면 자녀를 상대로 상속한 재산을 환수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 민주정책연구원은 이 법 외에 이른바 ‘효도법안’을 발굴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효를 법적으로 추진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세상이 되었다.

올해 초 완주군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정책제안을 공모했다. ‘장애우나 노약자 도서배달 서비스’와 ‘노부모 동거세대 문패제작’을 제안하여 군에서 두 개 모두 채택하였다. 그런데 ‘노부모 동거세대 문패’ 제작에 대해 개인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여론이 많다며 취소하였다.

노부모 이름과 자녀 이름을 함께 새긴 문패가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논리를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었다. 노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자랑스럽고 떳떳할 일일 망정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자녀들에게 외면당하는 어르신이 많다. 노후에 대한 대책을 준비한 사람은 별 문제가 없지만 현재 노인 세대인 다수 어르신은 노후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자녀들 뒷바라지 하느라 그렇게 할 여유나 겨를이 없었다.

정작 인생 말년에 자신을 희생하여 기른 자녀에게 버림받는 심정은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복지정책까지 후진성을 면치 못해 어르신은 이래저래 기댈 곳이 없다. “부모를 공경하라.”나 “효 정신을 복원시켜야 한다.”는 말은 무논에서 잃어버린 동전처럼 쓸모가 없다.

막연하게 효를 부르짖는다 하여 죽은 사람이 갑자기 살아 돌아온 것처럼 효가 되살아 날 수 없다. 자기 부모에게 효심을 갖지 않는 사람은 다른 어르신을 공경할 리 없다.

2001년 효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지식공동체인 한국효학회를 창립하였다. 효를 교육하는 교재를 개발하고 효를 문화화 할 수 있는 문화체계를 이론적으로 구축하여 학문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창립한 취지이다.

이런 학문적 노력 못지않게 효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효를 실천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노부모와 함께 사는 세대에 대해 주민세 감면 혜택이나 동절기에 난방비를 지원해야 한다.

불효자식방지법은 부모에게 물려받을 유산이라도 있는 자식들에게나 해당된 이야기다. 물려받을 유산 하나 없이 부모와 함께 사는 가난뱅이 자식들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추운 겨울 난방비가 무서워 노부모가 기거하는 방 보일러를 양껏 돌리지 못하는 자식들은 추위보다 불효 때문에 더 춥고 속이 상한다. 이번 기회에 이른바 ‘노부모 동거세대 지원법’도 제정해야 한다. 효는 마음만 가지고 실천할 수 없다.

맹자 ‘만장 상’ 편에 “큰 효자는 죽을 때까지 부모를 사모한다.”는 말이 있다. 이 땅에 큰 효자가 많이 나오려면 개인적인 윤리의식이나 경제적 능력 못지않게 법적, 제도적 장치를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최재선 한일장신대학교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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