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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달구는 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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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달구는 매미
  • 전민일보
  • 승인 2015.08.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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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수필가

 
땅속에서 굼벵이로 7∼8년을 살다가 성충으로 우화하여 여름을 보낸다. 빠른 매미는 2∼3년 동안, 어느 굼벵이는 13∼17년까지 땅속에서 산다. 여름은 매미의 세상이다. 정원수나 가로수 가지에 달라붙어 신나게 여름을 노래한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과 매미 소리는 잘 어울리는 편이다.

매미는 수컷이 운다. 짝짓기를 위한 호객행위다. 매미는 상록수를 피하고 벚나무나 느티나무 같은 활엽수를 좋아한다.

소음이 많아진 도시에서 고요하게 부르는 수컷매미의 세레나데는 암컷에게 전달될 수 없다. 그런 매미는 점차 도태되어 간다. 더욱 거세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수컷만이 짝을 이루어 유전자를 전달하게 된다.

다윈의 이론을 빌면 도시의 매미는 더욱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가로수에 매달린 두어 마리의 수컷매미가 내는 소리는 자동차 한두 대의 소리를 뺨친다.

수매미는 처음에 낮은 소리로 울었는데, 암매미가 오지 않았나 보다. 장소가 좋지 않아 그러는가 싶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울어도 소용없었다. 성질이 나고 악에 받쳐 큰 소리를 질렀더니 효과가 있었다. 바로 애인이 생기고 유전자를 전할 수 있었다. 다음부터 그 매미와 후손들은 더 크게 울기 시작한 것이다.

매미는 우는 게 아니라 노래를 한다. 그것도 사랑의 노래를 말이다. 암컷매미는 노래를 좋아하여 노래 잘하는 수매미를 찾아간다.

매미는 집단을 이루기 위하여 울고 동료에게 안전신호를 보내기 위해서도 운다. 우는 기간은 겨우 10일 내외에 불과하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때 여름방학 숙제에 곤충채집이 빠지지 않았다. 매미, 잠자리, 메뚜기, 풍뎅이, 방아깨비를 잡으러들과 강가로 뛰놀던 여름은 더운 줄도 몰랐다. 구릿빛처럼 그을린 피부에 건강미가 넘쳤다.

어느 학자는 덩치가 크고 울음소리가 큰 말매미의 숫자가 늘어나 시끄러워졌다고 주장한다. 말매미가 좋아하는 벚나무, 플라타너스 등을 가로수와 아파트의 정원수로 쓴 것이 개체수를 급격히 증가시킨 이유라고 한다. 곤충학자들은 매미가 싫어하는 나무를 찾아내어 정원수로 쓰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매미와 신경전을 벌일 필요는 없다. 어차피 수매미는 십여 일간 노래할 것이며, 더위가 수그러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세상에서 사라질 테니까.

예전에는 매미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 진(晉) 나라 시인 육운(陸雲)은 매미의 다섯 가지 덕을 노래했다. 머리에 갓끈을 달고 있어 교양이요, 공기를 머금고 이슬을 마셔 맑음이요, 곡식을 먹지 않아 청렴, 고치를 짓지 않는 검소, 철 따라 절도를 지키는 신의가 있다고 예찬한 바 있다.

8월 8일이 입추인데 무더위가 가시지 않고 맹위를 떨친다. 매미 소리가 어김없이 들려온다.

추워지기 전에 좋은 나무를 골라 알을 낳고 생을 마쳐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매미의 울음소리가 그리워질 때도 있으리. 겨울이 깊어지면 여름날도 괜찮았다고 생각되듯이 말이다.

매미여! 여름을 노래하라. 힘껏 네 생애를 노래하라. 너의 노랫소리에 벼가 쑥쑥 자라고 과일도 탱글탱글 여물어 간다. 아이들도 부쩍 자라는 성장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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