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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하는 참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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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하는 참 군인
  • 전민일보
  • 승인 2015.08.0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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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수필가

 
육군 대령 이종명은 오는 9월 전역을 앞두고 있다. 1983년 소위로 임관한 이후 32년 동안의 군 생활을 정리하게 된다.

2000년 6월 어느 날 파주 지역 DMZ 수색작전에 나갔던 이종명 대대장은 지뢰를 밟아 두다리를 잃었다. 임무를 후임자에게 인계인수하는 날에 생긴 사고였다.

수색 임무를 마치고 귀대하던 중 앞서 가던 후임 대대장이 지뢰를 밟아 중상을 입었다. 이 중령은 부하들에게 경계를 지시하고 현장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지뢰밭이다. 내가 들어가서 부상자를 구해 오겠다.”는 명령을 내리고 지뢰밭에 들어갔다. 부상자를 업으려고 쪼그려 앉다가 두 번째 지뢰가 터졌다. 상관을 구하려고 수색 소대원들이 달려왔다.

이 중령은 “들어오지 마라.”고 소리치고선 포복 자세로 20m를 기어 나왔다.

부하들에게 자신이 나온 흔적을 이용하여 부상자를 데려오도록 지시했다. 이종명은 2년 동안 치료하고 재활을 받아 육군대학 교관이 되었다.

이종명의 살신성인의 정신을 기리고자 정부에서는 훈장을 내렸고, ‘참 군인 대상’첫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원래 군에선 장애가 생긴 군인은 전역조치를 했다. 그러나 이 중령의 군인정신이 큰 반향을 일으키자 군 당국은 법 규정을 고쳐 복무하다 장애를 입은 경우 군에 남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중령은 2004년 대령으로 진급했다.

2002년 여름 국군수도병원에서 그에게 연락이 왔다. 제2차 연평해전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이모 중위가 실의에 빠져있다며, 만나줄 수 있느냐는 전화였다.

이종명은 이 중위 앞에서 걸어 다니며 말했다. “나는 두 다리를 잃었네. 그런데도 이렇게 잘 걷네. 자넨 한 쪽 아닌가. 정상인처럼 살 수 있을 거야.”

이 중위의 얼굴이 밝아졌고, 치료 후 현역에 복귀했다고 한다.

이 대령은 참 군인이다. 그가 대대장 때 일선 소대에 가면 담배 한 갑을 사서 나눠주며 함께 피웠고, 수백 명 병사의 이름은 거의 다 외웠다고 한다.

사고가 났을 때, 그 병사들이 대대장의 목숨을 구했다. 병사들이 군복 바지의 고무줄로 상처를 싸매고 지혈을 했다. 나무들것을 만들고 1km가 넘는 산길을 쉬지 않고 달려 후송했다. 응급처치가 잘되었기에 수술을 하고 목숨을 건진 것이다.

내가 중동부전선 최전방 문등리 계곡에서 근무할 때 철책선 밖 시계(視界)청소 작업을 하던 일이 생각난다.

휴전 전 적군과 국군, 유엔군 3만 명 이상이 죽은 문등리 계곡은 지뢰가 많이 매설된 지역으로 악명을 떨쳤다. 괭이를 가지고 풀뿌리를 캐던 화기분대장 권 하사가 고함을 쳤다.

“소대장님! 지뢰가 있습니다.” 나는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조심스럽게 다가갔더니 대인 지뢰가 빗물에 씻겨 몸통이 드러나 있었다.

중대장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안전통로를 따라 철수했다. 만약 그때 권 하사가 지뢰를 건드렸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이종명은 하루 4시간씩 인터넷을 통하여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려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우리가 현역 때 참 군인이 되려고 애썼던 것처럼 전역한 뒤에는 참 예비역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대령은 그의 각오처럼 전역 후에도 국가 사회에 헌신하는 ‘참 예비역’으로 보람 있게 살아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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