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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것, 더운 것을 가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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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것, 더운 것을 가리랴
  • 전민일보
  • 승인 2015.07.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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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수필가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데 춥다고, 더운 날이라고 손을 놓을 수 없다. 그것은 사치다. 어릴적 나의 어머니는 ‘더운밥, 찬밥을 가려선 안 된다.’ 고 당부하시곤 했다. 더운 날, 추운날, 모진 바람이 부는 날을 가려내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을 고른다면 1/3이나 될까? 거기다 아픈 날, 술이 덜 깬 날, 기분 나쁜 날, 남과 다툰 날을 빼고 나면 1/5이나 될까 말까다. 그렇게 하면, 100년 산다 해도 20년을 산 셈이니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어제만 해도 그렇다. 아침에 비가 한참 내리더니 이내 그치고 먹구름이 해를 가리면서 찬기운이 돌았다. 긴소매 옷을 입고 우산을 챙겨 외출하였다. 한낮엔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쏟아지며 후텁지근한 날씨로 변했다. 이마에 땀이 솟고 두통마저 생겼다. 그렇다고 날씨 탓을 해보아야 내 심사만 어지럽다. 추우면 추운 대로 거기 맞춰 옷을 입고, 더우면 더운 대로 가볍게 차리면 된다.

요즘 젊은이들은 입맛에 맞는 직장이 아니면 입사하려 않는가 보다. 아무리 대기업의 사원 연봉이 많다고 해도 자신의 실력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 헛된 욕심일 뿐이다. 누군들 의사, 판·검사, 변호사, 교수가 되어 떵떵거리고 살며 좋은 배필을 만나고 싶지 않을까. 자신의 실력과 전공에 맞지 않으면 인연이 없는 직업에 불과할 뿐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자신에 걸맞은 직장을 구하고 볼 일이다.

‘3포 세대’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작년 초였다. 경제 불황의 장기화로 청년의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젊은이들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고 그리 부른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3포에다 내 집 마련과 대인관계까지 포기한다는 ‘5포 세대’가 등장하였고, 최근에는 꿈과 희망까지 버렸다는 ‘7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며, 말쟁이들이 얄미울 뿐이다.

최근 어느 여론조사기관의 발표에 의하면, 20~30대 3천여명에 대한 조사에서 결혼은 절반 이상이 포기했다고 응답했으며, 내 집 마련, 출산, 연애, 대인관계를 포기했다는 응답이 40% 내외였다. 포기한 이유로 든 것은, 모아 놓은 돈이 없어서가 50%, 현재 수입이 없거나 적어서, 돈을 모아도 힘들어서 순으로 이어졌다. 5포 세대를 양산하는 주체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에 77.5%가 국가를 꼽았고, 공공기관, 대기업 등을 들었다.

젊은 세대의 자신감 상실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가 한심할 따름이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받은 교육이 이런 나약하고 무책임한 사고를 낳게 한 원인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100세 인생을 구가하는 세상에서 한참 어린 20대 젊은이가 포기하는 일의 목록만 세고 있어서야……. 당장 밖으로 나가 일터를 찾아다녀 보라. 취업준비 서류를 들고 회사를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아보자. 어디엔가 일 할 곳이 있을 것이다. 찬것, 더운 것 가리지 마라. 도전할만한 세상이요, 살만한 세상 아닌가. 눈높이를 낮추면 직장이 보이고, 사귈만한 이성을 만날 수 있다. 5~6년씩 취직 시험 준비를 하며 헛된 세월 보내지 말고 험한 일부터 시작해보자. 적은 돈이라도 모아 배낭여행이라도 떠나 세상 구경을 해보라. 뭔가 깨닫고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니…….

세상은 딱 한 번 왔다 간다. 구경만 하러 온 것이 아니다. 찬밥, 보리밥 싫다 하지 말고 먼저 일자리를 찾아 부모에게서 독립하자. 첫술에 배부르지 않는다. 점차 요령을 깨치면서 문리가 트고 나은 대접을 받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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