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온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순천이 고향이란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런데 이 보도를 보고 순천이란 말이 뜨악하고 낯 뜨겁다.
민주당(현 새정치국민연합) 깃발만 흔들면 국회의원은 떼어 놓은 당상이던 시절, 순천사람은 당을 보지 않고 사람을 보고 투표했다. 그래서 민노당과 통진당 후보를 국회로 보냈고 작년 7월 실시한 보궐선거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를 선택했다. 국회의원은 그렇다 치더라도 시장은 연거푸 무소속 후보를 선택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사는 시민이라면 누구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말을 듣는 사람이 거부감을 느끼면 안 된다. 사회지도층에 속한 사람일수록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메르스 때문에 불안에 떨고 오랜 가뭄으로 인해 갈증을 느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는 추락지점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장기간 불황이 지속되어 대다수 국민이 허기져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게다가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하면서 여당 원내 대표를 배신자로 찍어 표로 심판해 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여당 내 차기 대선후보에서 선호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이 우중충하게 낯을 흐리고 있는 것보다 환한 미소를 짓는 것이 국민이 보기에 볼썽사납지 않을 수 있다. 희망차다는 말은 밝고 좋을 것이라는 기대가 가득하다는 의미다. 대통령이 지은 환한 미소를 희망찬 모습으로 해석한 독해력은 잘못 유추한 오류를 부르고 있다.
“우리 모든 국민이”라는 표현에서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메르스의 공포와 가뭄의 고통 속에서도 행복해하고 기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같은 한국 땅에 살면서도 세월호 사건이 다른 나라 이야기이고 메르스나 가뭄, 경제적 불황이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류에 속한 사람은 아주 극소수다. 더욱이 그냥 행복해하고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을 훨씬 넘는 매우라는 부사까지 끌어 들였다. 이렇게 해서 만든 완결된 문장은 대다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의도를 확대해석한 오류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흔히 정치를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한다. 전라도에서 여당 의원을 유일하게 배출했고 시장이 무소속이라는 지역정서를 감안하여 정치적으로 계산한 발언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을 찬양할 수 있지만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을 구별하는 분별력과 국민 정서를 제대로 직시하는 판단력쯤은 가져야 한다.
하기야 정치인이 이런 것을 고려하여 언어를 구사하면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평범한 문장으로 전락해 김이 빠질지 모른다. 대다수 국민은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평범한 말을 듣기 원하지, 정치성을 보유한 황당하고 당혹스러운 말을 듣는데 이제 지겹고 식상해 있다.
順天은 하늘의 이치에 따른다는 의미다. 순천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 우리 온 국민은 대통령이 진심으로 환하게 미소 지으며 국정에 전념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것도 희망찬 모습을 보여주기를 학수고대 한다. 그리하여 모든 국민이 매우 행복해하고 기뻐하고 싶어한다. 그런 날이 당장 오지 않으면 내일, 아니면 몇 달 뒤에라도 오기를 갈망하고 있다. 대통령이 대통령답고 시장이 시장답고 국민이 국민답고 시민이 시민다운 것이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順天人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