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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KTX혁신역사와 저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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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KTX혁신역사와 저속철
  • 전민일보
  • 승인 2015.01.16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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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율 전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우리 지역의 고질병인 소지역주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8년전, 치열한 소모적 논쟁 끝에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고 종국에는 현 위치로 결정되었던 KTX익산역사를, 준공 3개월 앞두고 다시 인근 김제시 모 지역으로 이전하자는 것이다.

처음에는 몇몇 실없는 사람들이 그냥 해보는 소리겠지 하고 무시하고 지나쳤는데, ‘KTX혁신역사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더니 급기야는 오늘 저녁 7시에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KTX혁신역사 설립추진을 위한 희망콘서트’를 개최한다고 하니 장난은 아닌 것 같다.

KTX 익산역은 호남의 관문이자 전라북도의 관문이다. 전주에 있는 전북도청이 전주시민의 전유물이 아니듯이 익산에 있는 익산역이 익산시민의 전유물은 아니다. 철도는 항만, 공항 등과 함께 지역경쟁력을 결정하는 기본인프라에 해당되기 때문에 지역발전을 위한 시너지효과를 가장 많이 낼 수 있도록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

현재 KTX 익산역은 고속철도의 호남선과 전라선이 교차하면서 일반철도의 호남선과 전라선, 장항선까지 교차하기 때문에 물류 집적지로서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구비하고 있다.

추진위원회의 주장대로라면 전라선 정차역은 익산역사, 호남선 정차역은 혁신역사로 하자는 얘긴데, 전라선에서 호남선으로 갈아 탈려면 서대전역에서 대전역으로 갈아 탈 때와 같이 30분이상 택시를 타고가야 한다. 대전과 같이 큰 도시에서 역세권 개발이 안 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는데, 우리는 현익산역사에서 역세권 개발이 안되니 혁신역사를 지어 고속철도 호남선만 따로 떼어가지고 역세권 개발을 하자는 얘긴데 도대체 무슨 논리인 줄 모르겠다.

물론 개발 초기이기 때문에 환승센터 등 부대 편의시설이 부족하여 전주, 군산 등 인근지역 주민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관문인 인천공항이 외진 곳에 있어 접근성이 불편하다고 해서 국토의 중심부인 대전 쯤으로 이전하자고 하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다만 전국 각 지역에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로개설, 지하철건설 등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뿐이다.

익산역도 마찬가지다. 5㎞도 안되는 거리에 역을 옮겨봐야 예산만 낭비되지 얼마나 효과가 있겠는가? 현재 익산시에서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자동차전용도로에다 연결시킨 8차선 도로를 개설하고 있으며, 동서간 이동의 편의성을 위해서 역사를 선상역사로 개설하고 중앙지하차도도 4차선으로 확장하고 있다. 또한 환승 및 주차편의를 위해 국토부 시범사업으로 국비를 확보하여 복합환승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다만 역세권개발을 위한 민자유치를 추진하였지만 대형쇼핑몰 입점문제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데, 지역 자영업자들이 반대하는 쇼핑몰이 없더라도 경제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김제, 완주 등 인접지역에서도 자기일 같이 생각하고 각자 행정구역에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도로확장 등 필요한 사업에 투자를 강화하여 육로교통에 승객을 빼앗기지 않도록 수요창출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싸움상대는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고 외부에 있다. 당초 고속철 설계 시에 충북지역의 강력한 반발로 호남선 분기점을 천안에서 오송으로 변경함으로서 10분내지 15분이 더 걸리게 되었는데, 최근 충남지역의 반발로 서대전역을 경유토록 다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함에 따라 45분이 더 걸려 저속철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당시 충북지역 사회단체에서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3톤트럭에 폭탄을 싣고 철도를 폭파하겠다고 협박을 하였다는데, 우리 추진위에서도 그러한 각오로 지역사회를 위해 투쟁방향을 전환하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혁신도시나 새만금에서의 접근성이 편리한 역사가 정말로 필요하다면 최근에 충남지역에서 거리요건에 맞지 않지만 군사적 안보논리로 논산역사를 신설한 예에 따라 김제역사를 신설해 줄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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