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한국, 일본 모두 소중한 고향입니다”
13일 전북도교육청 8층 대회의실에 일본어, 중국어, 태국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독일어 등 각국의 언어가 울려 퍼졌다. 다문화가정 초등, 중등 학생들이 한데 모여 부모님의 언어로 발표하는 ‘다문화가정 학생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가 개최된 것.
다양한 주제 속에 학생들은 먼저 한국어로 발표하고, 그 다음 어머니 나라의 언어를 때로는 아버지 나라의 언어로 주제를 발표했다.
이날 중등부 대상을 수상한 고수창(진안중·2) 학생의 ‘나에 대하여’ 주제 발표는 참석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일본인 아버지를 둔 고 군은 한일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터넷 상의 이유 없는 비방과 욕설이 많은 상처가 됐다는 고 군은 “저는 미래에 어느 나라에 가야 하는 것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싫어하지 않는 세상이 오길 절실하게 바립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고 군의 진심어린 마음이 심사위원들과 관객들에게 전해졌고, 고 군은 오는 10월 전국대회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
중등 대회가 끝나고 이어진 초등학생들의 대회 역시 수준급의 실력을 보여줬다.
학생들은 빔프로젝트를 이용해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기모노 의상을 입는 등 대회에 성의껏 임했다.
초등대회에서는 중국인 어머니를 둔 한나겸(전주 화산초·5) 학생이 대상을 차지했다. 한 학생은 2012년도에 한국에 들어와 한국어보다는 중국어가 익숙하다.
한 학생은 “2개국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큰 장점이고, 이를 발전시켜 가수가 되고 싶다”며 “한국어와 중국어를 구사하는 가수가 10년 뒤에 될 것이고, 이를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한 학생의 당찬 발표에 참석자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한 학생 역시 대상 수상으로 고수창 학생과 함께 전국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익산에서 온 한 지도교사는 “학생들이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부모님과 깊게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등 즐거운 추억을 쌓은 것 같다”며 “부모들도 자녀가 자신들의 모국어를 구사하는 모습을 보며 깊이 감동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윤가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