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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는 불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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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는 불행한가
  • 전민일보
  • 승인 2014.06.0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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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고등학교 수석교사 조용신

 
이 글의 제목은 전성은 전 거창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저서에서 따온 것입니다. 저는 오늘 그 분의 마음을 공유하고, 우리의 교육 현실을 성찰해 보고자 합니다. 

전성은 선생님은 “학교는 필요와 목적, 운영에 있어 그 출발부터 철저하게 통치 집단에 의한, 통치 집단을 위한, 통치 집단의 기관이었을 뿐 아이들을 위한 기관은 아니었다. (중략) 조선이라는 국가가 망할 때까지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이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라고 교육을 한 적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철저히 국가의 필요에 의해 수단으로 사용할 인간을 양산해 왔던 것입니다. 이 글의 제목이 2011년에 나왔으니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님은 물론입니다. 학교는 지배 권력자에게 필요한 인적 자원을 체계적으로 준비하여 조달하는 도구화된 인간 공장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체제와 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인간을 양육하고 그 인간을 필요에 따라 지배 권력자들의 전쟁이나 자본 축적의 도구로 삼아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학생을 가르침이라 일컫는 이데올로기에 복종케 하고 통제하여 규격화 획일화시켰으며 불복종과 저항은 부도덕이었던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이미 정해진 필요한 인간 도구를 만들어야 하니, 학생들은 지식을 암기하고 규범대로 잘 따르는 자만이 우수한 인재라 칭송 받았기에 지배 권력자의 기득권에 편입되고자 승자가 되고자 했던 것입니다. 순하고 어리고 여린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승자가 될 수 있는지를 약삭빠르게 알아차려 승자가 되기 위한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으려 발버둥쳐 대며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충혈된 눈으로 폐쇄된 공간에 앉아 재미없는 죽은 지식을 암기하며 젊은 날의 하루를 보냈던 것입니다. 그러니 학교가 행복하겠습니까? 학교가 이런 곳이라면 교사도 학생도 불행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학교가 국가를 위한 인간을 양육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는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학교는 당연히 학생을 존엄하게 대하고 학생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학생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고, 그래서 학생이 행복한 학교가 되어야 합니다. 학교가 승자와 패자를 나누고 패자는 한평생 열등감 속에서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며 불행하게 살게 하는 곳이어서는 안 됩니다. 모두가 승자가 되는 학교가 되어야 합니다. 학교는 경쟁을 배워 이기는 사람을 만들어 내는 곳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배려와 존중을 배우는 곳이어야 합니다. 학교는 지식만을 주입하는 곳이 아니라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것이 기쁘고 행복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곳이어야 합니다. 학교는 경쟁이 아닌 협력과 협동을 가르치는 곳이어야 합니다. 공부해서 고시 패스하고 높은 자리 오르는 것이 출세가 아니라 공부해서 사회적 불균형과 약자의 존재를 자각하고 자신의 역량만큼 더불어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여하는 사람을 키워내야 합니다. 기꺼이 공부해서 남 주겠다는 사람, 그리하여 저로하여 우리들의 세상이 좀 더 나은 세상이 된다면 행복하겠다는 사람 말입니다. 

요즘 학력 신장을 화두로 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학력이 나눔과 배려와 존중의 마음을 기르고 협력하며 연대하며 이 세상을 바꿔나가는 역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학력이라는 것이 오직 숫자상의 점수를 올리고 상위권 대학에 진학자수를 가리키는 말이라면 너무도 염려스러운 말입니다. 서울대 많이 가는 학교가 정말 좋은 학교라고 여기시나요? 수능고사에서 대박(?)나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의기양양하는 교사가 능력 있는 교사라고 여기시나요? 대박이라뇨? 얼마나 부도덕한 말입니까? 노력의 과정에 따른 정당한 결과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마치 도박의 승자가 되라 부추기는 것 같습니다. 학교가 대박을 정당화하면서 경쟁에서 이기는 승자를 양육해 내려고 하는 한 학교는 불행합니다. 학교가 체제의 이데올로기 선전장이 되어 어린 영혼들에게 순응을 강요하는 곳이 되는 한 학교는 불행합니다. 학교는 학생들을 섬기는 곳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학교는 행복한 곳이어야 합니다. 학교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오직 더불어 함께 살아갈 사람들을 준비시키는 곳이어야 합니다. 공부해서 기꺼이 남 주겠다는 사람들을 키워내는 곳이 바로 학교이어야 합니다. 왕관이 기다리는 곳으로 안내하지 말고 세상과 인류를 위해 기꺼이 단두대를 마다하지 않을 사람을 키워내는 곳이 학교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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