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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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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 전민일보
  • 승인 2014.04.2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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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록 농촌지도사

 
루이 16세(Louis XVI). 많은 사람들이 그를 무능한 군주라 얘기한다. 분명 부르봉 왕조는 그의 대에 몰락했고 오늘의 프랑스는 공화국이 됐다. 가장으로서도 그는 실패했다. 아내도 지켜주지 못했고 남겨진 자녀들은 학대 속에 죽어갔다. 하지만 그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조차 인정하는 사실한 가지가 있다. 마지막 순간 그가 보여준 국왕으로서의 품격이다.

그는 섬뜩한 단두대와 증오에 가득한 군중 앞에서도 당당했다.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결코 비굴하지 않았고 자신을 그 자리에 세운 사람들을 향해 저주의 말도 남기지 않았다.

최후의 순간, 그는 자신을 결박하려는 집행관의 손길을 거부하고 스스로 죽음을 향한 여정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죽이라고 외치는 군중을 향해 이렇게 얘기한다.

“국민들이여! 당신들의 국왕이 지금 이 순간 당신들을 위해 죽으려 한다. 나의 피가 당신들의 행복을 확고히 할 수 있도록 나는 죄 없이 죽노라.”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군악대의 연주와 군중의 함성에 곧 묻히고 만다. 그러자 그는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향해 마지막 말을 남긴다.

“나의 죄상을 조작한 사람들을 용서한다. 이 땅에 두 번 다시 무고한 피가 뿌려지지 않도록 신이여 도와주소서.”루이 16세의 마지막은 너무도 명확해서 식상한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모두에게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다른 것은 각자 어떻게 죽는가이다.

우리는 진도 앞 바다에서 벌어진 너무도 가슴 아픈 현실 앞에서 묻게 된다. 그 비극적인 현장에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그때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선장(船長)에게 주어진 권한은 막강하다. 적어도 항해중인 배에서 그는 대통령과 다르지 않다. 그런 권한이 주어진 것은 그에게 주어진 책임이 너무도 막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기의 순간 그는 제일 먼저 그 자리를 떠났고 그만 바라보고 있던 수많은 생명들은 속절없이 죽어갔다.

그는 퇴선명령을 내렸다는데 방송에선 선내에 머물라는 방송이 1시간이나 계속됐다. 그가 거짓말을 했거나 지휘계통이 엉망이거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자신이 먼저 배를 빠져나오지 않았다고 강변한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다.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당시 승무원 지시에 따라 남아있던 희생자들의 사진 속 마지막 모습이 2014년 오늘 [세월호]에 남겨진 분들의 모습과 너무도 닮았다. 그들은 구조를 믿었다.

그런 그들에게 안심하고 대기하라며 남긴 목소리가 죽음의 메시지가 돼버린 것이다.

사고는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그에 대한 대처와 함께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의 역할이다.

선장, 항해사, 조타수, 그리고 기관사까지 그들 선박직 선원은 모두 살아남았다. 놀랍다. 우리가 절망하는 것은 그들이 살아남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보여준 무책임 때문이다.

일곱 살 오빠는 여섯 살 여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올려 보냈다고 한다. 선생님은 남겨진 제자를 찾아 죽음의 물속에 기꺼이 남았다. 혼자만 구조됐다는 죄책감에 교감선생님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부탁은 제자들이 잠긴 바다에 자신을 화장해 뿌려달라는 것이다. 구조하겠다는 친구를 향해 위험하니 오지말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노신사도 있다. 그리고 선장이 사라진 그곳에는 양대홍씨와 박지영씨만이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고 있었다. “수협 통장에 돈이 좀 있으니 큰애 학비 내.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해” 양대홍씨가 아내에게 남긴 마지막 전화통화다.
이제 겨우 22세인 박지영씨는 “왜 구명조끼를 입지 않느냐”는 한 학생의 걱정 어린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선원은 제일 마지막이야. 너희들 다 구하고 따라갈게“ 누가 감히 이들의 마지막이 루이 16세의 그것 보다 못하다 할 수 있겠는가.

진도 앞 바다는 우리에게 천사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여줬다. 그리고 신(神)은 그들이 우리와 더 이상 함께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들이 우리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 그리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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