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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장독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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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장독 열기
  • 전민일보
  • 승인 2014.04.0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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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온당치 않은 일인데도 한다는 뜻을 가진 속담 중에 ‘비 오는 날 장독 열기’라는 말이 있다. 3월 25일에 있었던 안도현 시인 판결을 보며 검찰의 행보가 이 속담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2012년 대선 당시에 안 시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안중근의 사숭모회에서 발간한 발간도록 사진을 근거로 박 후보가 안중근의사 유묵의 소장자이며 소장 과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러한 트윗이 단순한 의혹 제기 수준을 넘어 ‘유묵을 훔쳐서 소장하고 있거나 도난에 관여했다’는 뜻이 암시·함축되어 있다면서 안 시인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비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배심원 평결과는 다르게 1심 재판에선 유죄가 인정되며 당시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유죄판결에 대해 시민들이 공분했다. 1심 결과에 대해 검찰과 안도현 시인 모두 항소를 했으며 25일에 항소심(2심) 재판부는 벌금형을 내린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선거는 시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이자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따라서 선거과정에서는 후보자의 정책과 신뢰성 등을 적절하게 검증을 통해 시민의 선택을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 자유로운 정보의 교환과 의견의 표현이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 과정에서의 이러한 행위들은 표현의 자유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때문에 후보자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이 침해되어서는 안 되지만 대통령 선거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객관적 사실을 들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후보에 대한 평가와 선택을 위한 정보제공의 성격이 강하지 무조건 비방이라 할 수 없다.

또한 이러한 문제제기를 받은 당사자가 바로 반박할 수 있고 이것이 언론을 통해 전달되므로 그것이 반드시 당사자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초래한다고만 할 수 없다.

일정한 사실에 근거하여 표현하는 의견은 비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대법원 판례들도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안도현 시인의 트윗은 사실을 기초로 하여 의견표현을 한 것이며, 의혹에 대해 당사자의 공개적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의혹을 받은 후보가 자료를 제시하고 즉각 반박할 위치에 있었으며 선거과정에서 후보자에 대한 공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고려 없이 검찰이 후보비방혐의로 기소 결정을 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 제한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을 위해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을 어긴 것과 다름없다.

허위사실공표죄 위반 혐의도 마찬가지이다. 사실을 표현하는 것은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는데, 일정한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은 허위사실공표행위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사실에 근거해 상식적인 추리를 하여 의혹을 제기하게 된다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 이를 허위사실의 공표행위라고 보는 것은 선거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행위라고 봐야한다.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다행이라는 마음에 앞서 우려가 컸다.

이명박 정권 즈음부터 검찰은 전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주요한 정치·사회적 사안에 대한 시민들의 표현을 처벌하려고 했다. 하지만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무죄판결 등 주요 사건들에서 검찰의 패소가 계속되었고 이번 판결 역시 그렇다.

무리한 기소를 의도적으로 하고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이같은 검찰의 처벌 위협은 의견을 말하는 것조차 처벌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악의적인 효과를 일으켜 왔다.

말과 행동을 검열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조건마저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앞으로도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시민들이 연대하고 싸워야 할 일이 적지 않겠지만 피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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