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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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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질문
  • 전민일보
  • 승인 2014.03.17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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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록 농촌지도사

꿈속의 호랑나비와 지금의 나 중 누가 진짜 나인가. 장자(莊子)가 얘기한 호접몽(胡蝶夢)이다.

이것이 단지 수천 년 전 살다간 장자 혼자만의 경험일까. 사람이 아무리 디지털 문명을 발전시킨다고 해도 사람 그 자체가 디지털화 될 수는 없다. 시간이 좀 됐지만, 디지털 시대에 장자의 호접몽을 재해석한 영화가 있었다. 바로 영화 ‘매트릭스’다.

‘매트릭스’에서도 얘기의 출발은 장자가 오래 전 가진 바로 그 사유에서 부터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장자가 호랑나비와 사람 중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대답이 아니다.

호접몽에서 인식의 출발점이자 철학적 사유의 근원은 해답이 아니라 장자가 가진 의문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매트릭스’에서는 의문에 대한 답을 규정해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은 영화적 상상력일 뿐이다. 하지만 호접몽은 꿈속의 그 모든 것이 허위일지라도 여전히 진리로 존재하는 수학적 세계와 같다. 영화 [매트릭스]가 결코 호접몽을 넘어설 수 없는 이유다.

이렇듯 항상 핵심은 대답이 아닌 질문에 있다. 그가 무엇을, 얼마나, 깊이 있게 인식하고 있는가는 질문에 이미 모두 담겨있다.

나아가, 때로 질문은 그 자체로 해결책까지도 제시한다. ‘분단모순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통일을 위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 거기엔 단순한 물음을 넘어 궁극적인 통일한국의 모습까지도 이미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질문을 바꿔보자. 누군가 당신에게 ‘도를 아시나요?’라고 물을 때 과연 답은 무엇인가.

언뜻 이 질문은 장자의 그것보다 더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답을 찾을 수 있는 대상으로 비친다. 하지만 이 물음은 공허한 울림일 뿐 그 어떤 철학적 사유나 인식의 근거도 갖지 못한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도(道)라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규정하고 상대방에게 물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도를 안다고 하는 그들이나 도를 모른다고 그들에 의해 규정된 당신 모두에게 그 질문은 이미 잘못 되어있다. 잘못된 질문에 답은 당연히 나올 수 없다.

“정치학을 전공한 친구가 행정공무원을 해야지 왜 농촌지도사를 하나?”

나는 그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하지 못했다. 애초 그의 질문이 잘못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은 어떻게 써요?” 이 질문에도 답을 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통령에게 “전자공학도로 우리나라 IT산업발전의 역군이 돼야지 무슨 정치를 하나요?”라고 얘기 하거나 ‘황호택 칼럼’을 쓰는 당사자에게 “그런데 칼럼은 어떻게 쓰세요?”라고 묻겠는가.

그러한 질문에서 받는 내 느낌은 길을 걷다 마주친 자칭 도인(道人)들로부터 듣는 심오한 목소리 와 같다. ‘도를 아십니까.’ 어느 날, 여전히 길에서 내게 다가오는 도인들에게 나는 대답이 아닌 질문을 던졌다. “노자(老子)께서 ‘도덕경(道德經)’ 첫 구절에 ‘도가도면 비상도요, 명가명이면 비상명(道可道非常道名可名非常名)’이라 했는데 귀하께서는 어떻게 그렇듯 자신 있게 도를 말하십니까.”

또 다시 내게 물음이 찾아올 것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그 질문의 대부분은 내가 답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한 것이리라는 사실이다. 질문에는 전제가 있다. 대답을 듣고 싶다면 질문이 적확(的確)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잘못된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이 나올 수는 없다. 종이신문과 종이책이 사라지는 세상은 더욱 황망한 질문을 양산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책장을 넘길 때 묻어나는 종이책의 향이 당신의 질문수준을 높여줄 것은 분명하다.

그람시(Antonio Gramsci)에 대한 황호택의 언급과 내 칼럼에서 얘기한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차이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의 질문에 답할 것 이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했는데, 왜 홍시 맛이 나냐 물으면,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 얘기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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