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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향토주 상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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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향토주 상실의 시대
  • 전민일보
  • 승인 2014.02.2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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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전주전통술박물관 관장

얼마 전 익산지역 향토주인 호산춘의 명맥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접했다.

‘호산(壺山)’은 전북 익산지역의 옛 지명으로 ‘호산춘’은 대부분의 전통주들이 재료나 특징들을 이름으로 붙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지역 명을 술 이름에 붙인 독특한 술이다.

호산춘은『산림경제(山林經濟)』(산림경제에는 호산춘의 주방문이 여산지역의 술임을 礖山方으로 표기하여 나타냈다.)를 포함하여 다양한 문헌에 빚는 방법이 전해져 내려온다.

문헌마다 빚는 방법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호산춘은 전통주의 밑술재료 처리방법 중에서도 범벅이라는 방식을 이용해 만들어 뛰어난 감칠맛과 향을 자랑하는 술이다.

호산춘이 여산지역의 명주였다는 것은『연려실기술』「중종조 고사본말」의 송흠조에 기록되어 있는데, 기록을 살펴보면 송흠이 여산군수가 되었을 때 고을이 큰 길옆이어서 손님은 많은데 대접할 것이 없어 특별한 방법으로 술을 만들었는데 이것을 호산춘이라 하였다고 한다.

호산춘에 대한 기록은『두타초』『동번집』『분서집』등 각 문집에도 등장하여 여산지역의 명주였음을 알 수가 있다.

이러한 호산춘은 가람 이병기 선생(시조시인, 국문학자, 전북대학교 前문리대학장) 댁의 가양주로 생전에 이병기 선생이 즐겨마셨다고 하여 유명하다. 가람 이병기 선생 집안의 가양주로 내려온 호산춘의 제조기법은 가람 선생이 세상을 뜬 후 그 명맥이 끊겼었다.

그러나, 2002년 행정자치부가 지정하는 향토지적재산으로 호산춘이 뽑히게 되어 호산춘은 다시 세상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화곡주가는 익산시 왕궁면에 생산설비를 갖추고, ‘하늘의 향기를 담은 술’이란 뜻의 ‘천향(天香) 호산춘’을 2004년부터 생산 해왔다.

이러한 호산춘이 최근 국가식품클러스터 부지에 편입되어 건물과 기계에 대한 보상절차를 마쳤으나,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산이 끊긴 상태라고 한다.

호산춘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부족으로 공장 가동 중에도 큰 인기를 얻지 못해 적자에 허덕였다고하니 생산라인이 재가동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맥주, 소주뿐만 아니라 주류업계 전반도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지역의 전통주업체가 지역에서 버틸 수 있기란 쉽지가 않다. 단순히 지역민의 무관심만으로 지역의 향토기업들이 사라지겠는가.

향토기업의 도산에는 다양한 원인들이 존재한다. 주류의 유통 구조 안에서 답을 찾지 못하는 향토주류들이 수두룩하다.

다만 천향호산춘이 안타까운 이유는 전북익산 지역의 향토주로서 충분히 훌륭한 스토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좀 더 전통적인 방식에 기반을 두어 제조하고, 익산 지역의 옛 기록들, 가람 이병기 선생님의 이야기들을 마케팅 요소로 잘 활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전북 지역이 자도주(自道酒) 비율이 전국에서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기에 어떤 아쉬움이 있더라도 천향 호산춘이 부디 선전해주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전북의 자도주 비율은 30%선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전북지역은 예로부터 곡창지대로 넓은 평야를 생활기반으로 다양한 음식들이 발달해왔고, 더불어 술 또한 발달해왔다. 예로부터 술은 음식으로 분류되어 귀히 여겨졌다.

얼마 전 전북의 향토주였던 보배가 하이트진로로 흡수 통합되고, 익산의 천향호산춘도 자칫 생산을 못할 수도 있다고 하니 음식하면 떠오른다는 전북지역에서 지역 향토주들은 상실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음식과 더불어 전북 지역 곳곳에 그 지역의 쌀과 농산물로 빚고, 지역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지역 향토주가 만들어진다면 부가가치 창출 면에서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왠지 지역 향토주들의 상실의 시대가 꽤 길어질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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