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9 13:33 (월)
숙청(肅淸)
상태바
숙청(肅淸)
  • 전민일보
  • 승인 2013.12.11 1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상록 농촌지도사

한 편의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다. 북한 표현대로 김정은이 ‘장성택 일당’을 숙청하는 모습이 그렇다.

종파주의 부터 양봉음위(陽奉陰違), 부정부패까지는 그렇다고 하자. 장성택에게 씌워진 죄목 중엔 자본주의에 물든 방탕한 사생활도 들어있다.

장성택이 아무리 방탕하게 놀았던들 김정은만 하겠는가. 어쭙잖은 데니스 로드맨과 김정은의 정겨운 해후가 아니어도 그것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 김정은과 장성택은 급이 다른가. 김정은의 모든 행위는 통치권 차원이니 장성택 따위와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지존의 자취인가.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는 장성택을 숙청했다면 일견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는 것이 권력인데 고모부가 뭐 대수겠는가.

문제는 김정은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다. 그가 북한을 통치하고 있으니. 나는 장성택을 변호하기 위해 나선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진정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장성택에 대한 숙청이 북한은 물론 우리 역사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있다.

외면 할 수 없는 우리의 또 다른 반쪽이 바로 북한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합리적인 대화가 통한다는 인물이 장성택 이었다.

남북을 공히 경험한 외국인 중적잖은 사람들이 이런 얘길 한다. ‘남과 북이 너무도 닮았다’

그리 오래지 않은 시절 장관 한사람이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화가 난 일인자는 그 간 큰 장관에 대해 뒷조사를 지시했고 결국 사정기관이 총 동원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지만 그 장관에게선 먼지 하나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대통령도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었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북쪽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남북기본합의서에 서명한 연형묵 전북한총리 얘기다.

연형묵은 그의 아버지가 김일성의 은인이었다. 그는 김일성의 각별한 배려 아래 총리까지 지낸다. 그런 그가 자강도 당비서로 좌천되어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그 때 김정은의 고모이자 장성택의 부인인 김경희가 자강도에 갈 일이 생겼다. 연형묵의 근황이 궁금했던 김경희는 불시에 관저를 방문했다. 그때 연형묵은 식사 중이었는데 그 모습을 본 김경희가 눈물을 글썽였다고 한다.

연형묵 밥상엔 간장 한 종지에 김치 몇 조각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연형묵은 결국 복귀한다. 2005년 그가 죽었을 때 갑작스러운 죽음에 암살설까지 나왔지만 그렇게 추정하는 이유도 다른 사람들과는 좀 달랐다. 그가 자강도 당비서로 있으면서 현지 주민들에게 깊은 신망을 얻었던 것이 김정일에게 부담스러웠으리라는 추정에서 나온 얘기들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에겐 다행스럽게도 장성택은 연형묵 처럼 살지는 못했을 것이다. 북쪽에도 정치권력과는 조금 거리를 둔 테크노크라트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 중엔 권력이 아닌 국민과 역사에 대한 소명 의식을 가진 존재들이 분명 있다.

우리가 그들에게 주목해야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장성택 실각이 가져올 후폭풍이 두려운 것도 합리성과 소명의식을 가진 테크노크라트의 대거 몰락에 대한 우려에 있다.

북한이 발표한 소위 ‘장성택 일당’은 청렴하지 못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무리 김정은이 막나간다고 해도 능력 있고 청렴하기까지 한 인재들을 함부로 숙청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광풍은 분명 무고한 희생자들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21세기에 벌어지는 블랙코미디를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이것이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개처형과 공포정치로 권력을 공고화하고 개인을 우상화하는 이 기괴한 일들이 우리가 하나 되어야 할 다른 한편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을 닮았다고 한다. 그런데 김정은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김일성에겐 그나마 ‘보천보 전투’라는 기댈 언덕이 있었다. 김정은에겐 뭐가 있는가. 고작 닮은 것이 할아버지 외모와 숙청의 역사뿐이라면 그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절대 권력은 결코 영원할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제이케이코스메틱, 글로벌 B2B 플랫폼 알리바바닷컴과 글로벌 진출 협력계약 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