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농가, 관련업체 표정
지난 2003년 이후 3년여만에 익산 함열읍 한 양계 농가에서‘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독감이 발생, 이 일대 주민들과 양계농가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들 농가들은 최초 의사 AI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났던 지난 23일 ‘설마’했던 표정과는 달리 25일 밤 10시 농림부의 확진 결과‘진성’으로 발표되자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며 일손을 놓은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 양계농가는 “예전에도 닭이 죽어 나가는 일은 비일비재했다”며 “예고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조류독감으로 생산비를 건지기는 커녕 빚만 지게 생겼다”고 절망했다.
이들은 또 “오가지도 못하고 있어 방송으로만 소식을 접하는게 전부”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이들 양계농가 이외에도 익산지역 8개의 가공업체(종업원수 1천574명), 226여개의 치킨판매점 등의 동반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일본 등지로 생 닭을 수출하는 국내 최대 닭 가공업체인 ㈜하림 역시 곤경에 처해 있다.
일본이 한국의 닭고기 수입을 일시 중단한 데 이어 지난 24일 AI발생 농장으로부터 달걀을 공급받아온 낭산면과 삼기면의 부화장 2곳을 가동 중단시키고 현재 이곳에 보관중인 달걀 400만개를 모두 폐기 처분하는 등 닭 공급의 차질은 물론 조업중단 등 경영압박이 예상된다.
또 하림의 종업원 3천여명과 계열농장들도 덩달아 불안해하는 등 조류독감으로 인한 파급은 익산지역뿐 아니라 도내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림의 한 관계자는 “가열한 음식은 아무런 피해가 없는데도 방송이 나간 후부터 닭고기를 찾는 사람이 급감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매출감소로 이어져 경영압박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불안감이 확산되자 이날 밤 11시 이한수 익산시장은 6급 이상의 모든 직원을 소집함과 동시에 대책회의를 열고 양계농가에 대한 신속한 지원책 마련과 살처분 및 통제범위, 방역확대 등을 논의했다.
이한수 시장은 “양성으로 판정됨에 따라 도살처분과 소비 감소 등으로 이어져 양계농가 및 가공업체, 판매점 등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관계 직원들을 전원 비상 대기시키고 위기관리 표준메뉴얼에 따라 신속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오대규 질병관리본부장은 “지금까지 닭고기를 먹고 감염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며 “경제적인 피해를 줄이고 사회적인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산=고운영기자
저작권자 © 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