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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방송 만드는 애완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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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방송 만드는 애완견들
  • 전민일보
  • 승인 2011.05.06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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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방송은, 기자들에게 직장으로써 선호도가 높은 매체이다. 아무래도 연봉 등 대우 면에서 신문 등 다른 매체보다 낫고 소속매체의 영향력도 크니 그렇다. 그래서 신문 등 다른 매체에 종사하던 기자들이 텔레비전 방송으로 이직해 가는 것은 다반사다.
기회가 적어서 한이지, 타 매체 기자들 상당수가 호시탐탐 이직의 기회를 노린다. 과거 SBS가 출범할 때나 지역 민방이 출범할 때에도 많은 신문사 기자들이 공을 들여 옮겨 갔으며, 새로 출범할 종편채널에도 여러 일간신문의 중견기자들이 이미 옮겨 갔거나 옮겨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기자들이 더 나은 직장인 텔레비전 방송사로 이직하기 위해 꾸준히 공부하며 노력하는 사례는 흔하다. 어쩌다 있는 경력기자 공채 시험을 치르기 위해 퇴근 후 영어학원에 다니며 공부를 꾸준히 하거나 기회만 되면 이력서를 내밀며 쉬지 않고 도전한다. 연줄을 대고 심지어 뒷거래까지 하는 경우도 왕왕 보아왔다.
 더 나은 직장에서 안정적인 대우를 받으며 일한다는 것은 직장인들에게 당연한 소망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노력해서 텔레비전 방송사로 옮겨 가는 기자들은 어떤 면에서 실력을 인정해 줄만도 하다. 어쨌든 요즘 우리 사회에서 텔레비전 방송이란 대중에게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언론매체요, 언론직종 종사자들에게는 직장으로서도 꽤나 매력적인 일터 아닌가.
 허나 이렇게 강력한 매체 영향력을 지닌 텔레비전 방송에 종사하는 기자가, 언론 본연의 역할보다는 개인적 욕구 충족에 더 관심을 갖는다면 파렴치한 일일 것이다. 언론인으로서 그가 지닌 자부심과 긍지에 버금가는 언론 활동보다, 편안한 자신의 직장 생활에만 안주하거나 개인의 뱃속 채우기에 급급해 하는 것은,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라 할 수 있겠다.
 이런 류의 기자들이 지닌 한계는, 그들의 손을 거쳐 탄생하는 보도프로그램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텔레비전 방송의 뉴스와 보도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기대 밖의 질 낮은 보도, 의도가 무언지 궁금한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된다. 언어와 문장이 난삽하게 와 닿는 것은 거의 매일이고, 상업언론의 기사처럼 머리만 크고 몸체는 부실한 프로그램, 맥락이 닿지 않는 프로그램들이 숱하게 쏟아져 나온다. 
 수년 사이 방송채널도 많이 늘었고 보도프로그램도 그만큼 다양해졌으며 여기에 종사하는 이들의 수도 엄청나다. 이러다 보니, 아무나 마이크만 잡으면 방송기자가 되고, 화면에 내보내기만 하면 방송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는 결국 그 방송을 시청하는 수많은 대중을 우롱하는 행위이자, 질 낮은 저널리즘을 양산하며 그 방송의 신뢰마저 추락시키는 ‘폭탄’들이다.
이러한 ‘폭탄’이 여과 없이 양산되는 과정에 대한 책임은, 그 방송사의 간부가 되어 있는 중견언론인들에게 묻고 싶다. 그 자신 방송사에 오래 몸담은 ‘중견 언론인’이면서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그 수준이 더 떨어져가는 이들이 버젓이 버티고 있다. 시청률에 매달리는 방송사의 입맛에 맞게 다소 충격적이거나 다소 흥미를 끄는 내용만 채워 주면 그걸로 임무 끝. 매일같이 쏟아내는 자사의 보도프로그램이 과연 어떠한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부동산 투자나 주식투자에 더 관심을 두며, 외부의 유력한 정치인이나 기업인과 친분을 쌓기에 여념이 없는 건가.
이들의 특징은 정치나 경제적 현안을 독립적, 비판적으로 기획하고 취재해서 보도한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여러 텔레비전 방송의 간부급 기자들 중 상당수는 과거 언론통제가 심하던 폭압정권 치하에서 기자 초년병 시절을 지냈다. 본인 의지에 관계없이, 새내기 기자시절부터 출입처에서 ‘자료 받아쓰기’로 기사 분량을 때우는 것부터 배웠던 이들이 다. 독립적 취재를 못하다 보니 정부나 기업의 발표 그대로 받아쓰는 일에 익숙했고 그래서 정부나 여당, 재벌기업의 입장에서 보도하는 게 당연했으며, 권력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내팽개친 채 권력의 애완견으로서 삶을 살아 온 이들이다.
자신은 그렇지 않은데, 이 말에 억울하게 도매금으로 넘어간 분들에게는 미안하다. 그 분들은 당연히 제외한다. 여기서 말하는 이들이란, 받아쓰기에 젖어 기자생활을 해 오며 희희낙락 승승장구한 기자들이다. 어이없게도 이들은 마치 자신이 언론계의 주역인 양 행세한다. (김수돈/ 독자권익위원. 전북의정연구소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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