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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돼지, 닭과 오리의 죽음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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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돼지, 닭과 오리의 죽음을 애도하며
  • 전민일보
  • 승인 2011.03.10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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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동물인 호랑이가 초식동물인 토끼에게 정권을 넘긴지도 어느덧 한 달 가까이 되었다. 그런데도 호랑이해에 발생한 구제역(口蹄疫)이란 질병이 갈수록 번지고 있을 뿐 아니라 새로 조류독감까지 발생하니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오호, 통재라!
 경북 안동에서 시작한 구제역이 경기도, 강원도, 인천, 충청남북도를 휩쓸더니 경상남도까지 번지고 있다. 구제역 발생지를 중심으로 3킬로미터 이내의 소와 돼지를 거둬다 땅에 묻는 살처분(殺處分)을 하고 있다. 죽어간 소와 돼지가 벌써 300만 마리에 다다르고 있다고 한다. 죽어가는 그 짐승들의 통곡과 비명소리가 하늘을 울리고 그들의 몸부림이 지축을 흔든다. 아직 나치가 학살한 유태인의 숫자 6백만 명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아직도 구제역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어서 자못 걱정스럽다.
 오호, 애재라!
 아직까지 구제역의 청정지역이라는 전라남북도에서는 또 조류독감이란 괴질이 번져 닭과 오리가 죽어가고 있다. 지금 한반도 휴전선 이남에서는 소와 돼지, 닭과 오리 등 가축들이 큰 수난을 겪고 있다. 이러다가 이 한반도에서 소와 돼지, 닭과 오리가 멸종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오호, 슬프고 슬프도다!
 소와 돼지, 닭과 오리의 살처분에 동원된 사람들은 악몽에 시달려 밤마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다고 아우성이다. 파리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할 따뜻한 가슴을 지닌 그들이 어떻게 산 가축들을 땅에 묻고 태연자약할 수 있으랴. 그런데도 이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이 확산일로에 있어 안타깝다. 농민의 식구 같은 가축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목숨을 잃어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감염우려가 있다고 하여 멀쩡한 소와 돼지, 닭과 오리들이 구덩이에 생매장되어야 하니, 세상에 이런 비극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늘도 무심하시지!" 하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60년 전 6·25 한국전쟁 때 억울하게 죽어간 백의민족의 원혼(?魂)조차 아직까지도 달래지 못하고 있는데 착하디착한 소와 돼지, 닭과 오리들마저 이처럼 비참하게 죽어가니 이 무슨 변고란 말인가?
 오호, 통재라!
 소와 돼지, 개와 닭은 농민들에겐 피를 나눈 식구나 다름없는 가축들이다. 이들이 아프면 농민들은 수의사를 불러 치료를 하고 단방약을 구해 먹이며 가슴 아파 했었다. 이들 가축들은 조상 대대로 이 땅의 백성들을 위하여 헌신봉사한 죄밖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 이런 가축들이 마구 죽어가는 데도 지금까지 은혜를 입은 이 나라 백성들은 가장 손쉬운 살처분(殺處分)으로 땜질처방이나 하고 있으니 얼마나 미안하고 안타까운 일인가? 축산농민들은 한숨과 피눈물을 흘리지만 누구 한 사람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나라에 유능한 수의사도 많고 선진국에 유학하여 학위를 받은 수의학 박사들도 많을 텐데 왜들 손을 놓고 있는 것일까? 이들 괴질이 연례행사처럼 찾아오건만 왜 지금까지 예방약이나 치료약을 개발하지 못한 것일까?
 오호, 애재라!
 현대의학으로 이 괴질들을 다스릴 수 없다면 용한 점쟁이라도 불러다 굿이라도 한 번 해야 하려니 싶다.
 이 한반도에서 태어나 억울하게 죽어간 소와 돼지, 닭과 오리들의 영령이시어,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삼가 그대들의 명복(冥福)을 비노라.

김 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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