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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을 맞은 교육장의 마지막 수업에 담긴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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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을 맞은 교육장의 마지막 수업에 담긴 뜻
  • 전민일보
  • 승인 2011.02.24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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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감하고 2011.2.28자로 정년퇴임을 앞둔 나는 마지막으로 수업을 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교육행정가의 길로 들어서면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일에서 20년 이상 떠나 있었던 내가 어설프나마 수업을 결심하게 된 것은 교직생활에 대한 깊은 반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교육은 국가 발전의 기반이며, 오늘날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게 된 것도 교육의 힘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공교육은 철저히 불신을 받고 있으며 사교육 팽창이라는 기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나는 40년 이상 교육계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공교육 불신과 교권 추락이 이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된 원인이 과연 무엇일까를 곰곰이 되새겨 보았습니다. 그 결과 내린 결론은 바로 우리 교사들 자신이라는 뼈아픈 자성이었습니다.
  교육의 물리적 환경은 획기적으로 발전하였지만, 질적 발전은 제자리걸음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책임이 전적으로 교사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교사들의 탓일까? 유능한 인재들이 교육에 입문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경쟁 없는 무풍지대에 안주하여 매너리즘에 빠짐으로써 고경력(高經歷) 교사가 될수록 수업전문성과 반비례하는 역현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나는 지난 4년 동안 자비를 들여 일본 수업기술 연수를 줄곧 다녀왔는데 우리와 다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소위 수업의 명인들은 오히려 퇴직 교장선생님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경력이 쌓여가고 직위가 올라갈수록 교육본질에 충실하여 수업전문성 신장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학생들과 후배 교사들에게 존경받는 교육자이자 멘토가 된 것입니다. 우리의 교직 풍토와는 정반대인 셈이지요.
바로 이 곳에서  “교사에게는 수업이 생명이고 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으며, 이것이 교직을 마감하는 내가 후배교사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었습니다.
교사는 무엇보다 수업으로 말하고, 수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비록 높은 인격과 고도의 청렴성을 갖추었다 해도 수업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교사로서의 존재감이 위태로울 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적 발전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한 시간, 한 시간이 학생들에게 감동을 주고 생동감이 넘치는 명품 수업일 때 교사에 대한 권위와 존경이 되살아나고, 탄력을 잃은 교육이 생명력을 얻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나는 우리 교사들이 전부 무능하고 나태함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한결같이 수업에 집중하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자기 수업에 대한 공개를 지극히 꺼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4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기대하는 명품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밀실수업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자신의 수업을 당당하게 공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년퇴임을 앞둔 내가 20년 이상이나 녹슬었던 수업기술을 가지고 굳이 수업을 하고자 한 목적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명품 수업이 아니라, 오히려 교육장의 미흡한 수업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선생님들이 자기수업 공개에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수업 공개 풍토를 활성화하는데 있습니다.

나는 우리 선생님들 모두가 자신 있는 수업공개를 통해 전문성을 갖춘 수업 명인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교육의 질적 발전을 앞당기고, 땅에 떨어진 교권과 실추된 공교육 신뢰를 되살릴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김동복 완주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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