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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설에 고향 가야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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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설에 고향 가야되는데
  • 전민일보
  • 승인 2011.02.01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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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섣달그믐, 다음 날이 설 명절이다.
경기가 좋으니 나쁘니 해도, 삶이 어려우니 고단하니 해도 설을 맞는 사람들의 얼굴엔 설레이는 마음이 번진다.
닷세 동안의 연휴가 주는 느긋함이 귀성길 짜증나는 교통체증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게 만들고 비록 넉넉하지 못한 가계지만 이리저리 쪼개서 마련한 설빔과 선물 그리고 차례 상 준비가 모처럼 사는 맛, 사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설은 단순한 명절이 아니라 핏줄에 녹아 흐르는 원초적 신앙과도 같은 것임을 확인하게 되고 한국인을 가장 한국인답게 만드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한다.
힘겹게 손에 넣은 기차표, 버스표를 보며 미리 고향을 그리워한다.
승용차에 가족을 태우고 운전석에 앉는 순간 고향의 산천과 부모 형제, 일가친척, 이웃 사람들의 환한 얼굴 그 살갑고 푸근한 정이 먼저 느껴진다.
고향 가는 길이 막혀 길에서 몇 시간을 보내야하는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오히려 즐겁고 느긋한 마음으로 출발한다.
타향살이가 몇 년이든, 돈을 많이 벌고, 출세를 하든, 가난하고 고생을 하든, 고향은 누구에게나 그리운 곳이다.
성공한 사람은 금의환향해서 우쭐대며 즐거움과 기쁨이 있지만, 실패한 사람은 쓰라린 상처를 감싸주는 따뜻한 위로가 고향에 있다.
그런 고향을 어찌 찾지 않으랴.
귀성열차, 버스가 만원을 이루고 고속도로가 자동차로 꽉 메워지는 설 전후의 현상은 그래서 오히려 한국적 정경이다.
설은 가족의 사랑과 가정의 행복이 얼마나 크고 소중한 가치인가를 확인하고 만드는 시간인 것 같다.
헤어져 살던 가족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는 시간 그 공간은 우리 사회 공동체의 근간이다.
핏줄에서 느껴지는 가족의 일체감이 마을 공동체의 연대감으로 이어지고 지역 사회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정서적 기반이 된다.
설은 우리 민족의 그런 끈적한 연대감과 면면한 공동체 의식을 더욱 탄탄하게 다져주는 전통적인 명절이다.
삶이 궁핍하고 고단해도 설을 맞는 마음이 풍성하고, 서두르고 눈치 보며 경쟁하던 사람들이 잠시 일손을 놓고 마음을 열어 손을 맞잡고 덕담을 주고받는 여유를 마련해준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세상 어지럽게 변하는 세태지만 우리의 마음속엔 그래도 인간다움이 자리 잡고 있다.
부모를 공경하고, 자식을 사랑하며, 형제를 생각하는 마음, 이웃에 대한 따뜻한 인정, 낯선 타인에 대한 인간적 마음 씀이 있다.
나누고 베풀며 더불어 살아가는 덕목을 소중하게 여기는 인간다운 마음과 지혜가 있다.
설은 그런 인간다움이 저절로 드러나 번져나가는 우리 민족의 축제 마당이다.
설빔으로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의 웃음과 재잘거림에서 희망과 기쁨을 느끼고 윷놀이, 연날리기, 널뛰기, 팽이치기 같은 세시풍속에서 농경민족 후예의 전통 문화에 자긍심을 되살린다.
마을을 돌며 집집의 안녕과 복을 빌어주는 농악대의 신명나는 소리 울림처럼 한해를 시작하는 우리의 설이 덕담으로 퍼지고 즐거움으로 지내게 된다.
상대방의 처지와 형편에 따라 서로 건네는 덕담 한마디는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바라는 일 모두 이루십시요” “새해에는 부자 되십시요” “건강하십시요” “좋은 직장 구하거라” “돈 많이 벌거라” “복 많이 받거라” 등 간결하고 칭찬과 격려의 내용으로 하게된다.
그렇지만 설이 모든 이에게 덕담을 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구제역 파동으로 인한 피해 축산단지의 농촌에서는 “설 명절 고향에 오지마라”는 서운한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수용품, 설빔, 선물을 사서 가족과 함께 차례를 지내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마음을 산란하게 하는 구제역, 조류 피해로 인한 아픈 마음이 있고, 따라서 육가공업체의 어려움도 있다.
올 설 명절은 이들의 아픈 마음과 어려움을 함께 하는 헤아림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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