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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매체와 인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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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매체와 인간생활
  • 전민일보
  • 승인 2010.03.1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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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는 바로 메시지다. 인간의 신체 및 감각기관의 기능을 확정하는 것은 모두 미디어 즉 매체(媒體)이며 이 매체 자체가 그것이 전하는 내용보다 중요하다. 매체는 그 내용이 인간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그 매체의 출현으로부터 이미 인간과 사회에 변화를 가져온다. 이를테면 텔레비전이 나온 이후의 세계는 그 이전 세계와 같을 수 없다.
  인류 문명의 역사는 하나의 매체발달사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인류사는 인간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도구나 기술 즉 매체의 발달사 이다. 각 시대를 지배했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종류에 따라 인류 역사를 다음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단계는 구두(口頭)커뮤니케이션에만 의존했던 원시부족시대이다. 이들은 구전(口傳 )으로 의사소통을 했기에 이시대의 인간은 시각, 청각, 후각 등의 오감(五感)을 동시에 사용하는 복수감각형이었다. 둘째 단계는 약 2천년전 한자(漢字)와 ‘알파벳’의 발생 이후부터 시작된 문자 또는 필사(筆寫)시대다. 이때부터 시각형 인간이 형성되었으나 문자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 수가 극히 적었으므로 여전히 복수감각형 인간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셋째 단계는 15세기에 구텐베르크가 활판인쇄술을 발명한 이후부터 전파 매체가 등장하기까지의 약 4세 기간의 시대로 사람들은 인쇄물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에 크게 의존하게 되니 시각을 주로 쓰는 부분감각형 인간이 되었다. 사람들의 사고는 인쇄물을 죽 읽어나가는 선형(線型)내지 연속적 패턴을 띠게 되었으며 인쇄매체의 발달을 개인주의와 민족주의 경향을 촉진 하였다. 넷째 단계는 21세기 전파 매체시대이다. 전파매체의 발달은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만들었고 인류는 과거의 구전문화(口傳文化)시대로 복귀하여 복수감각형으로 되돌아갔다. 이제 인류는 전파매체를 통해 누구나 소통을 갖는 상태에 놓여 인간감각 확장의 최종 국면을 맞고 있다. 텔레비전, 라디오, 영화, 전화, 전신, 휴대폰. 컴퓨터 등 여러 전파매체가 많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니 인류는 모든 일에 있어서 복수감각적으로 얽혀 살게 되는 ‘지구촌 세계시민화’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매체는 TV, 전화, 만화 등 ‘쿨미디어와 인쇄물, 영화 등 핫미디어’로 양분할 수 있다. 쿨 미디어란 그 매체가 전달하는 정보의 정세도(精細度)가 낮아서 수용자의 높은 참가도를 요구하는 매체이고 반대로 ‘핫 미디어’는 전달하는 정보의 정세도가 높아서 수용자의 낮은 참가도를 요구하는 매체다. 여기서 정세도란 메시지의 충실도를 의미하며 참가도란 수용자가 메시지의 의미를 재구성하는데 필요한 상상력의 투입정도를 뜻한다. 예를 들어 핫 미디어인 책은 논리 정연하게 쓰여져 그저 읽기만 해도 내용을 다 흡수할 수 있기에 독서하는 사람은 수동적이 되지만, 쿨 미디어인 TV화면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명멸하기 때문에 시청자는 감각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같은 인쇄매체 책이 ‘핫 미디어’라면 신문은 ‘쿨 미디어’다. 한 사람의 고백형식인 서적에 비해 신문은 집단고백형식을 취하고 있고, 그 내용에 있어 텔레비전처럼 모자이크적이다. 잡다한 제목과 크고 작은 활자, 사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서로 관계없는 기사내용들이 들어 있어 독자들을 적극적으로 참가시키고 개입토록 한다. 또 방송매체 중 라디오는 청취자의 참가도가 높으며 그들을 열광시키는 쿨 미디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역시 핫 미디어로 보아야 한다. 21세기 전파시대의 총아는 역시 텔레비전이다. TV매체가 현대사회의 심리적·사회적 환경에 큰 충격과 변화를 주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제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되었다. TV는 전기시대의 대표적이며 핵심적인 쿨 미디어로 이를 통해 인간은 그의 감각기능을 전면적으로 동원하여 총체적 인식을 행하는 이상적 상황에 도달하게 되었다. 1초간에 300만 개의 점(點)을 시청자에게 보내는 TV영상은 매순간마다 사람들의 감각을 강렬하게 참가시키고 이 참여는 지극히 운동적이고 촉각적이다. 더욱이 전 세계를 횡적으로 일시에 연결시켜주는 TV 전파는 마치 사건 현장에 우리가 있는 것처럼 몰고 감으로써 시차(時差)와 객관적 판단의 여유를 박탈한다. 생방송이나 우주중계가 도입되어 온 세계는 지리적 원근과 상관없이 하나의 촌락으로 축소되었다. TV를 ‘바보상자’라 부르며 일부 지식인들이 냉소하는 것은 수궁되는 점이 없지 않지만 이미 인류문명발전사의 한 장(章)을 차지한 텔레비전의 존재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TV에 성애물(性愛物)이나 범죄프로그램이 넘치든 교육·교양적인 내용이 지배적이든 TV라는 매체 자체가 끼치는 영향력은 마찬가지다. 텔레비전은 특히 창조적으로 참가하려는 반응을 촉발시키는 미디어이며 한 사건에 공통으로 참여케 하는 강한 흡인력을 지닌 매체다. TV는 문자 문화를 함유하고 함유치 못하는 사람들의 분리를 극복하고 모든 사람들의 감각을 평등하게 하나로 통합시키게 함으로써 21세기가 민주 자본주의 사회 형성에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허성배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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