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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행무상(諸行無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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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행무상(諸行無常)
  • 전민일보
  • 승인 2010.02.1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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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제법무아(諸法無我)’와 함께 ‘제행무상(諸行無常)’을 말한다. 무상(無常)이라면 흔히 ‘덧없다’ ‘의미 없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지만 ‘제행무상’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제행(諸行)에서, 제(諸)는 ‘일체’ 또는 ‘모든’의 뜻이다. 그리고 행(行)은 ‘함께’라는 의미의 접두사이다. 따라서 제행이란 우주 만물은 항상 돌고 변하여 잠시도 한 모양으로 머무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자연은 무상(無常)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거대한 천체로부터 작은 티끌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는 태어나고(生), 머물고(住), 달라지고(異), 없어지고 (滅)마는 것이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산이나 바위 같은 것들은 영원불변적인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시도 쉬지 않고 변하고 있다. 자연도, 인간도, 그리고 물질적인 것도, 정신적인 것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쉬지 않고 흐르는 물처럼 단 한 순간도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연계의 현상을 보면 그렇다. 가령 비가 온다고 하자. 비가 밭에 내리면서, ‘내가 가뭄에 시달리는 밭작물을 살린다.’고 생각하는 일은 없다. 또 ‘작물들이 내게 감사하겠지’ 라는 생각도 없고 그 대가를 바라는 일도 없다. 또한 내가 작물에게 비를 뿌려준 날이 며칠이나 되며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비를 내려주어야 할지에 대한 그런 계산도 없다. 비는 내릴 때가 되면 내릴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때는 항상하지 않고 때에 따라 비가 내릴 뿐이기에 제행무상이란 구절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때에 맞는 행동을 하고 그에 전념한다는 것, 이게 투명한 삶이다. 지금 하고 있는 것 자체에 전념할 뿐, 지금 한 것도 잊어버려야 한다. 그에 대한 대가성이나 보상을 의식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이것을 미래의 밑천으로도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때에 맞게 제대로 했다면 뿌린 대로 거둘 것이니 거둘 것을 미리 계산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행무상(諸行無常)이란 말을 잘 못 들으면 허무주의적 개념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것이 전하는 의미는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 무상(無常)의 의미는 허무의 개념이 아니다. 차라리 철저한 행동주의적 개념이다.
  세상일은 무상하지 않는 게 하나도 없다. 봄여름에 피고 지는 꽃들이 그렇고, 한 시대를 풍미하던 일세의 권력 또한 그러려니와 어젯밤의 꿈인들, 사랑인들 또는 복락을 누리는 부귀영화인들 어느 하나 무상치 아니한 게 어디 있을까. 하물며 떠도는 구름이요 스치는 바람이자 흐르는 강물임에랴. 또한 이에 진배없는 인간사 파란곡절의 세정까지도 어찌 무상타 아니할까?
  솔직히 우리 몸은 괴로움 덩어리다. 오욕(五慾), 즉 재물(財物), 색정(色情), 음식(飮食), 명예(名譽), 수면(睡眠) 등 다섯 가지 욕심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인생을 괴롬이라고 보는데 반대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도 마지막 운명의 숨을 할딱이고 있을 때 인생이 쾌락이라는 말은 못할 것이다. 죽음조차 인생의 쾌락이라고 한다면 그는 어떤 의미에서 인생을 달관한 사람이다.
  석가가 참을 찾아 6년 동안 고행(苦行)을 하였지만 인생 80년이 그대로 고행이었다. 그것이 어찌 석가만의 일이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고행의 삶을 산다. 어찌 보면 일생을 구도의 고행이요, 선도(宣道)의 고행으로 알고 살면 된다.
  괴롬은 내 몸이 있기 때문이다. 노자도 말하기를 가장 큰 걱정은 몸이라고 했다. 내가 몸을 가진 때문이다. 몸이란 뼈를 엮어 성(城)을 만들고 살로 바르고 피를 거기 돌리며 그 가운데는 늙음과 죽음, 그리고 교만과 성냄을 간직하고 있다. 목숨이 다 해 정신이 떠나면 가을들에 버려진 표주박처럼 살은 썩고 앙상한 백골만 뒹굴 것을 무엇을 사랑하고 즐길 것인가. 결코 비관론을 들먹인 게 아니다.
  인간의 본능인 쾌락과 욕망의 배는 물길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산을 넘기도 하고 사막을 지나기도 하며 하늘로도 노 저어 간다.
  경인년 백호랑이 해도 벌써 2월 중순을 넘어섰다. 시작이 반이라고 경인년 한 해도 야금야금 먹어들어 간다. 우주는 항시 변화하고 움직인다. 이게 바로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신영규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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