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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을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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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을 보고서
  • 전민일보
  • 승인 2010.01.29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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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모 방송에서 방영한 “ 남자의 자격”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감명 깊게 보았다. 요즈음 TV 방송에서 인기를 누리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주로 여러 명이 무리를 지어서 진행하고 있으며, 구성원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 되어 있고, 각자의 개성과 특기를 살려가면서 현장감 있고 즉흥적으로 연기를 한다. “남자의 자격” 프로그램의 임무는 전북의 지리산을 겨울 등반하는 것이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온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등산 및 여행은 감히 엄두를 못 내고 외출하는 것도 걱정스럽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방송 현장 체험으로서, 우리가 안방에서 직접 산행하는 것처럼 눈이 수북이 쌓인 겨울 산을 바라보면서 등반체험을 시청한 것은 감개무량하였다. 사실 일반인들이 직접 체험하기 힘든 절경들이었다.
   몇 년 전부터 갑자기 TV 방송에서 젊고 다양한 특기를 가진 여러 명의 진행자가 등장하여 즉흥적인 게임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실내중심의 오락에서 밖의 체험 중심 오락으로 변하였으며, 시청자는 주로 청소년들이 되었다. “남자의 자격“ 예능 프로그램은 몇 개월 전에 소외된 70-80 세대인 중 장년층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서, 이 프로그램의 진행은 7명이며, 30대인 예능 초보 윤형빈, 50대 맏형 이경규, 운동을 좋아하는 김국진, 아픔이 질질 흐르는 음악인 김태원, 연기인 김성민과 이정진, 비실비실 개그맨 이윤석이 참여하고 있으며 평균나이가 41쯤 되었고, 형빈과 정진을 제외하면 아저씨 소리를 듣는 멤버 들이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 비실비실 아저씨들이 가장 춥고 눈이 많이 온 겨울에 그것도 남한에서 가장 험하다는 지리산 등반 체험을 한 것이다.
   지리산 겨울산행은 준비된 자도 목숨을 잃는 위험이 있었음에도 약간의 제작진들의 무리 속에 계획던 것이었다. 게다가 약골인 태원, 윤석, 경규는 누가 봐도 무리였다. 그러나 경규, 태원,  윤석은 끝까지 등반했다. 보다 못한 제작진이 나서서 뜯어 말렸지만 포기 하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제일 먼저 그만뒀을 그들이 이를 악물고 등반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나는 살면서 지금까지 끝까지 한 것보다 포기한 것이 더 많아”를 외치며 지팡이를 짚고 등반하는 윤석, 맏형으로서 구토가 밀려오고 온 몸이 말을 듣지 않아도 참고 이겨낸 경규. 자기 집 앞동산에도 한번 오르지 않았다는 태원은 등반 그 자체가 고행이었다. 태원은 그의 딸이 “마라톤 도전기에서 지병으로 인해 얼마 달리지 못하는 태원을 보고 실망했다”는 말을 되새기며 이번 등반에 도전하여 해낸 것이다. 다른 멤버들은 태원의 무거운 짐을 나눠지고, 뒤에서 밀고, 앞에서 끌어주며 공동체의 힘으로 노고단에 오를 수 있었다. 노고단에 도착한 뒤 그는 “ 이제는 딸에게 면목이 설 것 같다” 며 당당히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의 가장이며 남자다움을 엿 볼 수 있었다.
   필자는 “남자의 자격“ 프로그램 방영을 보고 몇 가지 느낀 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는 남자의 정신이다. 요즈음 세계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경제가 어려워졌고,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실업률은 증가하고, 사회의 구조조정으로 명퇴자들이 늘어나는 실정 속에서, 밖에서 활동해야만 하는 남자들의 어깨는 저절로 무거워지고 정신력 또한 나약해져 가는 마당에 남자들의 용기는 차츰 차츰 작아져만 가는 것을 느낄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는 남녀 평등사회로 전환하면서 남성들의 역할과 위치가 흔들리면서 사회에서나 가정에서 남자의 자존심마저 상실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지리산 산행에서 태원이 딸에게 보여준 모습을 보면서, 남자들은 지금부터라도 남자의 정신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둘째는 도전 정신이다. 사실 이 프로그램에서 출연한 7명의 예능인 대다수는 과거에 인기인이었지만 현재는 인기를 잃어간 멤버들이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일 뿐, 미래를 찾기 위해서 다시 도전한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모두 신체 건강한 사람도 아니었지만 용감하게 겨울 지리산 산행을 도전한 것이다. “ 도전하는 것은 아름답다“라는 말과 같이 최근 젊은 예능인이 아니면 성공하기 어려운 방송현실 속에서 도전장을 내고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셋째는 함께하는 정신이다.
과거에는 언론이나 방송 드라마에 예쁜 사람, 잘난 사람, 뛰어난 사람들만이 출연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시절 미운사람, 못난 사람은 연예인이 되기 위해 남보다 수백 배 아니 수천 배 노력을 해도 성공하지 못하고, 식모나 머슴으로나 출연하였던 것 같다. 그것은 엘리트만이 존재하고 아닌 사람은 그 주변 인물이 되어야 하는 세상이었고, 기업에서도 사장만이 존재하고 사원은 사장의 주변인물 이었으며, 회사의 권한은 사장이 가져야 하는 세상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미모보다 개성 있는 사람들도 방송에서 주연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방송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우리 한류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제는 함께 해야 한다. 기업에서도 사장 혼자만이 세계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것보다 사원과 함께 협력하여 세계의 일등 브랜드를 개발해야 한다. 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서로의 힘은 많지 않았지만 서로 도와서 목표인 노고단에 오르고 모두 얼마나 행복한 모습들을 보여주었는가?  함께 목표를 달성한 것을 훌륭한 정신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영로 / 익산 마한정책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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