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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과 반일, 그리고 민족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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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과 반일, 그리고 민족반역
  • 전민일보
  • 승인 2009.11.03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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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신정변 실패 후 10년을 일본정부의 냉대와 조선으로의 송환 위협 속에 살던 김옥균이 청의 이홍장을 만나러 상하이로 향한 것이 1894년이다.  담판에 앞서 자신의 방에서 자치통감을 읽고 있던 김옥균은 3발의 총탄을 맞고 최후를 맞이한다. 그의 시신은 부패를 방지하기위해 옻칠이 된 상태로 양화진에 도착하는데, 그곳에는 죽음보다 몇 배 가혹한 형벌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신은 목이 잘린 채 大逆不道玉均이란 깃발과 함께 매달리고, 몸통은 물고기 밥으로, 손과 발의 일부는 일본으로 보내진다. 효수된 머리는 보름이상 전국을 순회하며 전시되다 결국 독수리에게 던져진다.
 김옥균은 서재필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일본이 동양의 영국이 되려하니, 우리는 동양의 불란서가 되어야 한다."
 김옥균이 가지고 있던 세계관은 일본을 이용하되, 두려워할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가 후쿠자와 유키치같은 문명개화론자나, 스펜서의 문명진화론에 함몰되어 제국주의적 속성을 간과했다거나, 외세에 대한 의존과 내부역량 미비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조선의 근대화를 오히려 퇴보시켰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진정성마저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김옥균이 분명 친일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민족반역자라고는 얘기할 수 없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를 역사에 복권시킨 사람들의 중심은 친일민족반역자라는 사실이다.
친일과 반일.. 그리고 민족반역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홍종우와 안두희는 같이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그 판단은 역사를 바라보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홍종우의 실체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홍종우는 우리나라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으로 [춘향전]을 불어로 번역했으며 국제적 안목과 나름대로의 우국정신을 소유한 사람이었다.
 38세의 나이에  프랑스로 떠날 때, 그에겐 여권과 함께 클레망소대통령에게 그를 소개하는 일본정계거물의 소개장까지 들려있었다.
 홍종우는 김옥균과 다른 방식으로 조선을 근대화시켜야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김옥균이 간과한 제국주의적 침탈에 대한 나름의 인식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다.
독립협회와 상극의 위치에 있던 홍종우는 이승만을 비롯한 독립협회 관계자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쥐게 된다. 이승만이 후에 고백하기를, 같이 할 수 없는 두명 중 한명으로 얘기할 정도였지만, 홍종우는 이승만을 살려준다. 그뿐 아니라, 이승만에게 선고된 태형이 집행되지 않도록 지시했다. 홍종우는 이승만과 생각이 달랐지만, 이승만이 조국에 필요한 인재라는 사실은 인정했다.
 경술국치후 일본천하의 조선은 홍종우를 사회적으로 완전 매장시켜 버린다. 1913년 그가 죽을 무렵 그는 거의 굶다 싶이 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가묘로나마 일본과 한국에 남아있는 김옥균과는 달리 공동묘지에 묻힌 그의 무덤은 현재 사라지고 없다.
김옥균의 시체 뒤에 숨어서 그를 상징조작의 정점에 올려놓은 민족반역자들이 홍종우에게 던지는 돌맹이의 의미는 무엇일까..
 홍종우가 브루터스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는 자신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처럼 민족을 배신하지는 않았다.
김옥균의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되어야 하듯이, 홍종우에게 가해지는 역사적 심판도 예외일 수 없다.
 김옥균의 친일, 홍종우의 반일, 그리고 민족반역자들의 상징조작이 어우러진 퍼즐 앞에서 우리의 이성이 발휘되지 않는다면, 역사는 잡동사니를 모아놓은 쓰레기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카(E. H. CARR)의 말처럼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장상록 / 완주농기센타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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