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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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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한 죽음
  • 전민일보
  • 승인 2024.03.2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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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란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가치와 품위를 지키면서 죽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일명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이 법률에 따라 임종과정의 환자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투여 등의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다. 2018년 법이 시행 후 연명치료 거부하고 임종을 맞은 환자가 20만명을 넘었고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서약한 사람도 이미 100만명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존엄사 합법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현재의 존엄사법은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진정한 존엄사법은 연명치료 중단 정도의 소극적 행위만을 넘어 조력존엄사 또는 안락사까지 허용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23년 7월 12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조력존엄사에 대한 토론회를 정부기관 최초로 개최했다. 최근 MBC ‘PD’수첩에서는 조력존엄사에 대해 방송하면서 스위스에서 조력사망한 한국인이 최소 12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지난 1월 16일 헌법재판소는 제주도에 사는 전직 공무원 A씨의 조력 존엄사를 인정해 달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심판회부’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7년과 18년에는 유사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각하했었다는 점을 봤을 때 조력존엄사 합법화의 가능성이 열린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의사의 도움으로 존엄한 죽음을 얻는 조력 존엄사를 합법화한 국가는 현재 소수다.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과 호주의 일부 주(州)들에서 조력사망을 허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3월 1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일간지 라 크루아와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조력 사망에 관한 법안을 5월 중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이 구상하는 법안은 스스로 판단이 가능한 성인을 대상으로 조력 사망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스는 현재 우리나라처럼 말기 환자의 연명 치료 중단만을 허용하고 있다.

물론 조력존엄사 합법화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크다. 최근 개봉됐던 영화중에 ‘플랜75’라는 미래의 일본을 그린 영화가 있다.

미래 일본에 나이 75세가 되면 안락사를 택할 수 있는 ‘플랜75’가 제도가 있고 호텔 청소일을 하며 홀로 살아가던 78세의 여성이 정리해고를 당한 후 '플랜75’를 신청해 죽음을 선택하는 영화다.

조력존엄사가 자유의지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은 가족이나 집단에 의해 선택을 강요당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영화다.

조력존엄사가 품위있는 죽음을 돕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해보라는 압박으로 내 몰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2월 5일, 네델란드에서는 드리스 판아흐트 전 총리가 동갑내기 부인과 93세를 일기로 고향인 네델란드 동부 네이메현에서 동반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판아흐트 총리는 무척 아팠고 부인 또한 고통속에 투병중이었다고 한다. 70년을 함께 산 부부는 함께 떠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손을 맞잡고 생을 마감했다.

반면 헌법소원을 청구한 현대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척수염’환자 A씨는 지금도 고통속에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수발을 도맡고 있는 딸의 고통 또한 크고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이 못할 짓이라는 A씨의 말을 전하며 조력존엄사에 대한 전향적인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다리를 프레스기로 압박하거나 꼬아서 꼬집는 듯한 느낌이 수시로 업습해 온다. 통증이 심하면 화가 나는데, 화낼 곳이 없고 그런 자기 모습에 절망한다. 마약성 진통제 패치를 붙이고 지내며 하루에 두어시간 정도만 정신을 차리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치료도 안 되고 끝도 없다. 끝없는 통증에 짓눌려 매일을 기약없이 견디고 있을 뿐이다. 차라리 말기암 환자가 부럽다.”

정호윤 전북특자도 인권담당관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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