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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비명횡사 박용진, 한국 정치의 슬픈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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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비명횡사 박용진, 한국 정치의 슬픈 모습
  • 전민일보
  • 승인 2024.03.2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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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총선 후보 전략경선에서 조수진 변호사가 박용진 의원을 누르고 공천을 받았다. 경선은 전국 권리당원 투표 70%, 강북을 권리당원 투표 3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실 경선은 형식적이고 박용진의 탈락은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 박 의원은 의원평가에서 하위 10%를 받아 경선 득표에서 감점 30%가 적용됐고, 조 변호사는 여성 정치 신인 자격으로 가점 25%를 받았다.

전국 권리당원 70%, 강북을 권리당원 30%로 치르는 경선은 당규에도 없는 억지 꿰맞춤이다. 강북을에 후보를 뽑는데 전국 권리당원이 왜 개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는 애초에 특정한 룰을 정해놓고 조수진 후보가 이길 수 있도록 세팅을 해놓은 것이다.

사냥꾼들은 짐승을 잡기 위해 은밀한 곳에 덫을 놓는다. 덫 앞에는 짐승들을 유혹하는 먹이가 놓여 있는데, 이 먹이의 유혹에 끌려 주의를 게을리하다가 덫에 걸려 죽고 만다. 강북을 경선방식 역시 박용진 의원이 덫에 걸려들 수 있도록 짜인 구조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박용진은 용감하게 덫을 향해 뛰어갔다. 그는 과연 바보인가?

박 의원은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영화 같은 반전이 없는 결과를 받았다”며 “다만, 대한민국 정치사에, 민주당의 앞날에 다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쉽고 착잡한, 그리고 억울한 한국 정치의 슬픈 현실을 토로하는 그의 심경이라고 본다.

정봉주 전 의원의 ‘목발 경품’ 막말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강북을은 차점자 박 의원을 공천해야 함은 당연하다.

육상경기에서 앞서가던 1등 선수가 넘어지거나 실격하면 뒤따라오는 2등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건다. 이것이 보편타당한 상식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1등이 문제 됐다고 차점자가 우승자가 되진 않는다”며 재경선을 고수했다.

이는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지역의 경선 부정이 확인된 손훈모 예비후보가 낙마하고 차점자인 이대표 최측근 김문수 예비후보가 공천을 받은 것과는 정반대다.

순천은 차점자가 공천을 승계하고, 강북을은 재경선을 고수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순천은 되고 강북을은 안되다는 것은 ‘친명’은 되고, ‘비명’은 안 된다는 원칙 없는 결정이다.

박용진 경선 탈락에 대해 신문들은 ‘비명횡사 공천의 완결판’이라거나 ‘시스템 공천을 빙자한 학살’이라는 해석을 붙였다.

동아일보는 박 의원의 탈락을 “우리 정치에서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가 싹이 말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박 의원 공천 결과나 공천 이후의 선택에 대한 분석과 주문은 매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경향신문 칼럼은 “박용진은 졌지만 이겼다”면서 “분노를 앞세우고 길을 나서지 마라”고 당부한다.

박용진 의원은 ‘백봉신사상 베스트 10’을 3년 연속 수상할 만큼 평판이 좋았다.

그는 진보적 성향이면서도 합리적인 소신의 정치인으로 평가받아 왔다. 국회 의정활동은 물론 지역구 관리에도 충실했다.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며 ‘유치원 3법’통과를 끌어냈고, 21대 총선에선 64.5% 득표율로 서울지역 민주당 1위이자 여야 통틀어 2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의정 활동이 뛰어난 사람에게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를 줬다는 것은 어떻게든 박용진을 내치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박 의원의 공천탈락을 놓고 그간 이재명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행보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 의원은 2021년 대선 경선에서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 의혹 등을 지적하며 TV토론마다 맞붙었고, 2022년 8월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서 이대표와 경쟁했으나 21.8% 득표에 그쳐 낙선했다. 이후에도 사당화(私黨化) 논란과 인천 계양을 ‘셀프 공천’ 논란을 앞장서서 제기했다.

이런 미운털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아픈 곳만 골라서 때리는 박 의원이 공천장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소수 의견을 묵살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이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생각들을 포용해 가는 것을 그 제도의 본질로 해야 한다.

언제부턴가 민주당은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이 사라졌다. 명분도 합리성도 없는 무책임한 공천시스템도 문제다. 괴이한 공천 과정을 견디지 못한 동료 의원들 여럿이 탈당하지 않았던가.

불투명한 경선 여론조사를 통한 보복성 공천은 ‘1인 정당’이라는 혹평까지 이어졌다.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극심한 내홍이 총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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