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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눈치’ 안 보는 삶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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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눈치’ 안 보는 삶이 있을까
  • 이용 기자
  • 승인 2024.03.18 1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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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오랜 시간 직장에 다니던 친구가 사업을 시작했다. 직장 경험을 살려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남 보기에 모자랄 것 없이 잘 살던 그 친구는 어느 날 투자자를 상전으로 모시며 살기가 월급쟁이로 직장 상사 눈치 보며 살기보다 곱절은 더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남 눈치’ 보지 않는 당당한 삶은 모두의 꿈이다. 부모 눈치 보지 않기 위해, 자식 눈치 보지 않기 위해 밖에 나가 남의 눈치를 보며 산다. 누군가의 기분을 맞춰주고 먹고 살기 힘들다고, 그래서 아무 눈치도 보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SNS에 들어가면 요즘 유행하는 건 단연 ‘영 앤 리치’ 들의 향연이다. 꽃처럼 젊은 남녀들이 평범한 사람들이 평생 한 번 가져보기 힘든 것들을 자랑하며 살고 있다. ‘갓생’을 사는 그들이 부러운 건 그들이 가진 젊음과 돈 때문에 그들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을 거라는 모종의 환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갓생을 살아보진 않았지만 남들에게 보여지는 삶과 진짜 내 삶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건 너무나 잘 안다. ‘저 포도는 실 거야’ 같은 부러움에 기인한 폄하가 아니라 그냥 삶의 진리가 그렇다는 것이다.

나 역시 여느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았다. SNS의 그들처럼 부자가 돼 본 적은 없지만, 비록 소소할지라도 뭔가를 SNS에 자랑해 본 적도 있고 다른 누군가가 못 견디도록 부러워 본 적도 있다.

그런데 살아가다 느낀 것이 있다면 정말정말 너무 소중해서 내 삶에 꼭 필요한 무언가를 자랑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중한 것들과 함께하다 보면 남 눈치나 SNS들여다보는 시간도 줄어든다.

결국 모두가 꿈꾸는 ‘눈치 안 보는 삶’이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조선시대 임금님도 신하와 백성의 눈치를 봤고, 눈치 안 보고 맘대로 사는 왕에게는 반란이 일어났다.

하물며 우리 삶은 눈치의 연속이다. 직장 상사 눈치가 싫어서 가게를 차리면 손님 눈치를 보고, 손님 눈치가 싫어서 투자를 받으면 투자자 눈치를 보고, 그마저도 싫으면 도박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누구나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삶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젊고, 거침없고, 부유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SNS에 자랑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삶을 노출하고, 사람들의 허영심을 채워주는 것은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SNS는 ‘부러움’을 파는 사람들의 장마당이다. 어떤 사람은 미라클 모닝으로 자기 계발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달마다 해외에서 찍은 사진이 올라온다. 부러움과 욕망을 부채질한다.

그리고 이렇게 팔로워를 모은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무슨 물건이라도 팔고 있다. 사람들의 댓글과 평판에는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눈치 보지 않는 삶이라기엔 무척이나 분주해 보인다.

최근 손자들을 보면서 이 아이들을 자랑하고 싶다기보다는 누가 우리 아이들로 인한 행복을 시기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자랑해야만 행복하다면, 그가 가진 것은 어쩌면 진정한 행복을 주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김명희 작가

김명희 작가
김명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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