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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둘러보고 올게요”, 절실함이 아니라 여유로움이 승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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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둘러보고 올게요”, 절실함이 아니라 여유로움이 승리하길
  • 이용 기자
  • 승인 2024.02.27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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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작가
김명희 작가

쇼핑몰 채널에서 쇼 호스트들은 언제나 “마지막 기회”, “찾아볼 수 없는 구성” 같은 이야기를 한다. 빠르게 매진되고 있다는 그 물건은 다음 주에도, 다음 달에도 팔고 있다.

집을 계약하거나 예식장을 계약하기 위해 돌아다닐 때도 마찬가지다. 왜 하필 오늘을 마지막으로 끝나는 초특가 이벤트가 그렇게도 많은지 오늘 안 왔으면 큰일날 뻔했다는 마음에 덜컥 사버리는 경우도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가는 곳마다 오늘 한정 초특가 이벤트가 벌어지는 행운아 일리는 없을 테니 그저 뻔한 영업 수법에 넘어간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시간을 끌다가 이 물건을 더 비싸게 사야 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우리를 자극한다. 지금 구입하지 않으면 매진될 거라는, 가계약이라도 하지 않으면 할인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급해진다.

마음이 급해지면 묘하게도 그 물건이 더 좋아 보인다. 내 마음에 싹튼 절실한 마음이 내가 더 불리한 조건으로 그 물건을 살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렇게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무언가를 빠르게 종결짓고자 하는 욕구를 크루글란스키는 ‘인지적 종결 욕구’라고 불렀다.

사실 상대방에게 절실함을 유도하는 것은 일반적인 협상 전략이다. 물건을 팔 때 뿐만 아니라 물건을 살 때도 통하는 전략이다. 시장에서 “둘러보고 올게요”라며 돌아설 때 가게 주인이 더 싼 가격을 제시하는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성공하기 위해, 행복을 얻기 위해 더 절실하게 원하고 더 절박하게 매달린다. 목표를 세우고 하루하루 자신을 채찍질하며 목표를 좇는다. 그렇게 성공한 사람들의 일화를 보며 나도 절실하게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을 괴롭히고, 간절한 마음을 유지하는 게 정말 성공의 지름길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내가 성공이라고 정의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 아니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간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는 종결 욕구를 마주하게 된다.

내가 원하는 그것을 달성해 준다는 달콤한 꼬드김에 쉽사리 넘어가게 될 수도 있다. 근래에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사기꾼도 ‘영 앤 리치’를 동경하는 수많은 절실한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줄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한다.

누군가가 나타나 지금이 아니면 잡을 수 없는 꿈을 이룰 기회를 준다면서 다가오는 함정 앞에 마음속에 간절함을 간직한, 흔히 말하는 마치 눈에 보일 듯 구체화된 간절함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 넘어가기 쉬울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삶의 기회와 욕심 앞에 조금은 무관심하고 여유로운 태도가 오히려 성공의 지름길일 것이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저렴하게 사기 위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러는 것 처럼 오히려 관심 없는 태도가 성공을 위해 ‘올인’하는 간절함 보다 더 필요한 시대다.

장수=김명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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