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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 인명 경시 풍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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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 인명 경시 풍조 탓
  • 전민일보
  • 승인 2023.10.0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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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死因)에 따른 죽음의 종류는 다양하다. 이를테면 자연사, 병사, 돌연사, 과로사, 사고사, 아사(餓死), 외인사(外因死) 등.

자연사는 신체의 노화로 인하여 자연히 숨을 거두는 죽음이다. 병사는 인간의 죽음 중 가장 많은 사례이다.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질병은 부지기수이지만, 그중 암이 압도적으로 많다. 외인사는 스스로의 행동이나 질병 때문이 아닌 외부 요인으로 인해 죽는 것이다. 가령 제삼자가 사망자를 칼로 찔러 죽였다거나, 갑자기 산사태가 나서 집이 무너져 죽었다면 이것을 ‘외인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죽음의 종류에서 본인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죽는 경우가 있다. 요즘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는 소위 ‘묻지마 살인’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누군가가 휘두른 흉기로 인해 자신이 죽는다면 그것처럼 억울한 죽음은 없을 것이다.

사실 묻지마는 법률적·학술적 용어가 아니며 정립된 개념도 없는 부정확한 표현이다. 누가 먼저 이 말을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이유가 없다” 또는 “동기가 없다” 등으로 결론 내려진 사건에 ‘묻지마’라는 수식어를 붙이게 됐다.

모든 살인에는 범행 동기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이나, 또는 특정 사람에게 불만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묻지마 살인은 가해자가 살인을 위해 계획적으로 준비한다는 것도 위험성을 높인다. 하지만 범행 동기 여하를 물분하고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이 안 된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내 생명이 중요하면 남의 생명도 소중한 것이다. 고로 남의 생명을 빼앗는 사람은 자신도 죽어 마땅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묻지마 칼부림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도로에서, 길거리에서, 혹은 산책로에서 일면식도 없는데, 흉기로 사람을 무자비하게 찌르고 죽이고 성폭행을 당하는 세상이다. 눈만 뜨면 ‘칼로 찔렀다’, ‘죽였다’, ‘다 죽인다’ 등 살인과 살인 예고글이 온라인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그 위대한 종교 지도자들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이제 맘 놓고 길거리를 걷는 것조차 두려워졌다. 그래서 호신용품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한다. 내 몸은 내가 보호해야 한다. 각자도생이다.

이처럼 살인 사건이 난무하는 이유는 사람의 생명이 귀하다는 것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들은 모두가 존귀하다. 그것은 어떤 동물을 막론하고 똑같다. 그래서 일찍이 공자께서는 “하늘과 땅 사이의 만물 중에서 인간이 가장 존귀하다”고 하셨고, 부처님은 “하늘 위·아래에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고 했다. 예수께서는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라고 하셨다. 이러한 말들은 모두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귀중함을 강조한 말이다.

우리 사회엔 ‘불만’, ‘분노’, ‘적대감’ 세력이 많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이 ‘네 탓’사회, ‘분노’사회가 된 것이다.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고단하고 팍팍하다.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점차 더 심해질 예정이어서 걱정이다. 가족해체와 맞물린 은둔형 외톨이 양산도 주목된다. 타인과 유의미한 교류 없이 고립된 상태로 지내는 19∼34세 청년외톨이만 무려 54만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경쟁 사회에서 낙오한 은둔형외톨이들이 자포자기 상태에서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공동체에서 이탈한 ‘외로운 늑대’ 범죄의 심각성이 이미 실증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는 범죄는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범죄의 발생에는 개인의 성향이나 일탈도 있지만 외부 환경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범죄의 책임을 전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에게 돌리기는 어렵다. 사회적인 차원에서 그 대책 마련이 시급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사람의 목숨은 한번 끊어지면 되돌릴 수 없다. 사는 것도 일생 한 번이요, 죽는 것도 한 번이다. 그러므로 생명은 고귀하고 존귀하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어떠한 이유로도, 어떠한 생명이라도 함부로 죽여서는 안된다. 그것이 불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의 기본 계명이다.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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