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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 기자 강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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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 기자 강진구
  • 전민일보
  • 승인 2022.04.15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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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 기자가 경향신문사에서 해고되었다. 적잖은 시간 불편한 동거를 해온 관계가 공식적으로는 마감된 셈이다.

기자로 30년, 몸담은 신문사를 비자발적 의사에 의해 떠나야하는 그의 소회를 내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가 경향신문사로부터 불편한 구성원이 된 공식적 계기는 박재동 화백 미투사건에 대한 의혹기사로부터 시작되었다.

기사는 외부보다는 경향신문 내부 구성원으로 부터 여러 비판에 직면했다. 핵심은 기사내용이 2차가해 우려가 있고 피해자중심주의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결국 기사는 4시간 만에 사라졌고 그는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정직 후 복귀했지만 변한 건 없다. 29년간 취재활동을 해온 그에게 편집부로 가라는 발령은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해고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 말하지 못한 여러 일이 있었다. 나는 경향신문사와 그 구성원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이번 일로 상처를 받은 것은 그들 역시 마찬가지다.

갈등과 불화의 한 상대방이 절대적 악마일 수는 없다. 쉽사리 인정하기 어렵지만 갈등과 불화는 자유의 전제다.

만일 갈등과 불화가 없는 인간계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완벽한 신국(神國)이거나 몰이성적 전체주의 사회 둘 중 하나다.

2004년, 처음 강진구 기자를 만났을 때 그는 내게 결코 편한 존재가 아니었다.

나는 그의 여러 면을 좋아했지만 그와 모든 것을 같이 할 수는 없었다. 생각나는 몇 가지가 있다. 그와 맥주를 나누던 어느 자리에서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얘길 하던 내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다민족 국가인 특수한 상황이다. 그 점을 고려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와 의견을 나누던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주간경향에서 ‘간도 찾기’기획 기사도 내고 있던데 강 기자 의견은 그와 다르네요?”

그에 대한 그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기사는 적절하지 않은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진보적인 조선일보 기자와 보수적인 경향신문 기자의 조합과는 또 다른 영역에 그가 있었다.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그와 나는 의견이 달랐다. 다만 그것이 나와 그의 관계를 불편하게 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자신의 얘길 하고 상대방의 얘길 들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경향신문에 ‘조영남의 울퉁불퉁 세상보기’를 연재하던 주인공이 일본 산케이 신문과 인터뷰한 내용이 문제가 되었을 때다. 당시 경향e-옴부즈만 활동을 하던 나는 그와 관련 게시판에 여론은 물론 구성원 대부분의 의견과 다른 내용을 올렸다.

나는 조영남과 생각이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이유로 조영남을 퇴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을 표시했다.

그때 내가 받았던 비판은 참기가 쉽지 않았다. 문제는 비판 자체가 아니었다. 이성은 사라지고 감정의 과잉으로 충만한 인신공격에 심한 회의감을 느낀 나는 그에 대한 반박 글을 남기고 게시판을 떠났다.

얼마 후 담당 기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강진구 선배를 비롯한 많은 분들께서 장 옴만님에 대해 많이 걱정하고 계십니다.”

김철웅, 박성휴, 김상철 그리고 강진구 기자까지 이제 모두 경향신문을 떠났다. 그들 모두 내게 소중한 인연의 고리를 만들어 주신 분들이다. 내가 가진 협소한 시야를 교정하고 다른 의견에 대해 경청할 수 있는 바를 그들에게서 찾았다. 그들은 내게 훈계가 아닌 삶의 실천을 보여줬다.

여전히 나는 내가 존경하는 많은 이들과 불화한다. 때로 그 갈등은 서먹함을 만들기도 한다.

과연 옳음이란 무엇인가? 내가 옳다면 결국 다른 사람은 그른 것이 되는 것인가? 그럴 수 없다.

강진구 기자가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어찌 그가 그른 것일 수 있겠는가.

경향신문사에서 나왔지만 강진구 기자의 역할은 끝나지 않았다. 열린공감TV를 비롯한 많은 곳에서 그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강진구 기자가 사회적 자산으로 남길 바란다.

적어도 그의 삶은 갈등과 불화가 자유의 전제임을 증명하는 하나의 예가 되기에 충분하다. 강진구 기자, 부디 건강하세요.

장상록 칼럼니스트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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