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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추석 명절의 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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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추석 명절의 풍속
  • 전민일보
  • 승인 2021.09.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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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이 코앞이다. 이번 추석은 예년에 비해 빠른 편이다. 뜰 앞 감나무에 감도 익지 않았고 들녘에 벼도 여물지 않았다.

아직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한낮에는 이마에 구슬땀이 맺히기도 한다. 그래도 절기는 가을이다. 바람이 소슬하고 시장에는 사과, 배, 포도 등 과일이 가득하다.

우리의 양대 명절인 추석과 설이 다가오면 수천만 명의 인구가 각자 선물꾸러미를 손에 들고 고향을 향해 민족 대이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지금은 전통 명절로서 추석은 거의 실종된 상태다.

자연이 안겨주는 결실에 대한 감사, 가족의 소중함, 이웃 간 유대와 나눔·배려의 모습마저 흐릿해지고 있다. 고향을 찾아온 가족이나 친척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송편을 나눠 먹는 추석이 급격히 사라지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처럼 명절 분위기가 퇴색해짐은 시대의 흐름이자 명절 트렌드가 바뀐 탓이다. 이는 핵가족화와 만혼(晩婚), 비혼(非婚) 트렌드가 만든 가족공동체 해체, 차례(제사) 성묘 등 명절 전례의 단절, 해외여행 등 웰빙트렌드의 확산이 명절 실종의 주원인이다.

따라서 지금의 명절은 온라인 앱으로 차례상을 주문해서 지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클릭 몇 번이면 발 품 팔며 분주하게 준비해야 했던 명절, 차례 준비도 간단하다. 가족 구성원이 줄어들고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인구가 감소하면서 명절을 간소하게 보내고자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여행을 즐기는 J턴족과 D턴족, 호캉스(호텔에서 보내는 휴가)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나 홀로 여행족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J턴족’은 고향에 간 뒤 부모님을 모시고 가까운 지방에서 명절연휴를 즐기는 사람을 뜻한다.

대도시에 사는 지방 출신자가 도시생활에 지쳐 고향까지 돌아가지 않고 중간의 지방 도시에 취직하는 노동력 이동 현상을 의미하는 ‘J턴’에서 따온 말이다. D턴족이란, 명절 연휴(설·추석)기간 고향에서 차례만 간단히 지내고 돌아오는 길에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을 말하며, 이동 경로가 알파벳 D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용어다.

명절은 전통적으로 고향에서 가족끼리 직접 시장을 봐 음식을 만들어 차례를 지내며 조상들의 은덕을 기리는 것이 문화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석 명절의 분위기는 한층 얼어붙었다.

고향에 내려가는 대신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걸고 별도의 용돈만 보내는 특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부모님들 또한 “올해는 제발 내려오지 말라.”는 이색 주문을 하고 있다. 예견치 못한 코로나 시대변화에 따라 가족 문화도 이를 반영한 결과이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매년 추석을 며칠 앞두고 조상 묘에 벌초를 하는 것이다. 다만 예전에는 자손들이 직접 낫을 들고 벌초를 했지만 지금은 예초기로 손쉽게 한다. 일부는 돈만 주고 벌초대행업체에 맞기고 성묘도 미리 하고, 추석연휴 때는 국내외로 가족여행 가는 사람들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 명절을 보내는 현대인들의 의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명절은 전통적으로 제례(祭禮) 등 조상숭배와 함께 부모·형제의 만남을 통한 우애와 화목을 다지는 자리였지만 언제부턴가 ‘부모와 시댁 중심’이 ‘부부와 자녀 중심’으로 변하고, ‘명절’이 해외여행 등 ‘쉬는 날’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내일을 살아갈 미래세대들의 전통의식은 또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시대가 바뀌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전통과 풍속이 변하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당연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전통 명절의 풍속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음은 몹시 허전하고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출산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로 농촌 마을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명절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민들에게 이동 자제를 권고했지만, 가족 간의 마음만은 떼어놓을 수 없다.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고향 산천의 향수와 부모형제의 따끈한 정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명절은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어우러진 소통의 날이기 때문이다.

신영규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전북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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