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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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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 전민일보
  • 승인 2021.06.1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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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머니의 손맛이 그립다. 별다른 양념이나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고도 온 식구들의 입맛을 돋우는 음식을 척척 만들어 내던 어머니의 손은 마술사였다.

어머니는 객지 생활하는 자식들에게 삼시세끼는 꼭 챙겨 먹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였다. 결혼한 뒤에도 아내에게도 잠시 세끼 식사를 챙겨줘야 한다며 손수 농사지은 쌀과 양념을 꼭 챙겨서 보내주었다. 그 뒤 어머니의 손맛을 아내가 대신해 주어 다행이다. 요즘 아침 식사를 거르는 신세대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신세대 주부들은 대부분 간장과 된장은 물론 김치조차 담글 줄 모른다. 외식으로 대신 하거나 반찬 가게 또는 친정엄마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학업과 취업에만 전념했을 뿐 가정주부로서의 교육이 전혀 없고 맞벌이 주부가 많아진 탓이다. 이러다 보니 가정주부 본인은 물론 남편들이 아침을 먹지 못하고 출근하는 진풍경이 일상처럼 돼버렸다.

최근 외식이 잦은 사회구조 속에 자극적이고 무거운 메뉴 대신 소박한 엄마표 밥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집밥 식당도 곳곳에 생겨나 집밥을 차리는 신세대 엄마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방송을 떠들썩하게 하는 집밥은 간편하게 다양한 음식 만드는 백종원의 비결에 빠져들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예전에 어머니가 차려주던 그 소박한 밥상이 이제는 가장 인기 있는 외식 메뉴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방송에서 유명한 요리사들이 산해진미를 선보여도 우리 어머니들의 손맛을 따라갈 수가 없는 노릇이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외식 메뉴가 '집밥'이다. 서울 한 백화점의 식당가에 입침한 집밥 식당에는 12시가 무렵이면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선다. 

집밥과 식당이라는 반의어가 결합한 이 새로운 유형의 식당들은 지난해부터 외식업계의 이슈였다.

1인 가구의 증가, 여성의 사회진출, 야근의 일상화,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아이들의 학원 순례 등 외식이 식생활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 오늘날의 사회구조는 자극적이고 무거운 외식 메뉴 대신 소박한 집밥으로 더부룩한 속을 달래고 싶은 미각의 욕구를 분출시켰다.

사랑과 정성을 듬뿍 담아 차려주던 엄마의 소박한 밥상을 표방한 식당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집밥 식당들의 메뉴는 백반집과 비교할 때 매우 단출하다. 매일 바뀌는 계절 밑반찬 두세 가지에 주요리 하나, 밥과 국이기 때문이다.

집밥에 대한 맛에 대해서는 찬반이 갈린다.

혼자 자취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은 집밥 식당이 없었으면 1년 가야 먹어볼 일이 없는 밑반찬과 채소를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 즐겨 찾는다.

언제 지은 건지도 모를 공깃밥 대신 정성 들여 지은 맛있는 잡곡밥을 먹을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하지만 집밥을 먹어본 사람들은 심심한 맛을 지향했을 뿐 인공적인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차림의 구성이 집밥다울 뿐 맛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게 왜 집밥인가 싶은 음식들이 많다.

집밥 식당의 주 고객층은 그래서 20·30대의 학생들과 직장인, 외식은 하고 싶지만, 양식은 즐기지 않는 50·60대로 양극화돼 있다.

아이들은 늦은 시간까지 학원을 전전하고, 남편은 늦은 밤까지 퇴근을 못 하니, 전업주부의 가정에서도 온 가족이 모여 집밥 먹는 모습은 기념일에나 가능하다.

요즘 주부들은 너무 요리를 못한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노동의 조건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미각만 앞세우면 너무 억지다. 음식의 맛 자체보다 가족이 가진 따스하고 좋은 기억 때문에 집밥을 더 열망하게 된다.

앞치마 두르고 요리하는 아내의 뒷모습, 간을 보며 갸우뚱거리던 아이의 고갯짓, 무치고 버무리면서 한 손에 덜어 입에 넣어주던 그 맛, 그래서 집밥인 셈이다.

아내가 온종일 매달려 차려내는 것보다 온 가족이 모여 즐겁게 요리하며 먹었던 밥으로 음식문화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현듯 어머니의 손맛으로 차려진 밥상이 그리워진다. 아내는 나에게 행복에 겨운 소리라고 핀잔이다.

김정길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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