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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의 원흉? 농산물은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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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의 원흉? 농산물은 억울하다
  • 전민일보
  • 승인 2021.06.10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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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이 올라갈 때(정확히는 몇몇 품목의 일시적 가격급등이 일어났을 때) 농산물 가격이 서민들 가계에 많은 부담이 되는 듯 한 보도가 매년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양파와 대파가 그 주인공이었고 특히, 대파와 관련해서는 너무 비싸 사먹기 힘들기 때문에 집에서 키워 먹겠다거나 파를 가지고 재테크를 한다는 '파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는 웃지 못 할 일도 일어나고 있다.

물론 가정에서 자주 구매하는 농산물이기 때문에 체감지수는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제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물가상승의 주범인양 수급 정책이 실패했다거나 수입을 통해 조절해야 한다며 열변을 토하기도 한다.

농산물의 일부 가격이 급등하면 정말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고 가계경제에 부담이 되는지 궁금해질만 하다. 과연 농산물 가격은 물가와 가계소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들여다보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리적인지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먼저, 최근 가장 많이 보도된 대파가격을 보면, 확실히 2010년 이후 올해 가격이 1kg당 4,745원(2월 평균 가락도매시장가격)으로 가장 높다. 그런데 여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우선 지난해 2월 가격이 982원(평년가격 1,705원)으로 2010년 이후 가장 낮게 형성되어 재배면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올겨울 기록적인 한파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높게 형성된 것이다. 이는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변동의 연장선에서 봐야 하는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농산물은 가격에 따른 수요탄력성이 낮기 때문에 작은 수급변동에도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채소류는 2~3개월 지나면 새로운 작형이 시작되어 안정을 찾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알기에 대파값이 올랐다고 식당에서 음식값을 올리지는 않는다. 가정에서는 가격이 급등한 품목의 소비를 일부 줄여 나가는게 일반적인 대응방식이다.

또한, 통상 농산물 가격은 급등을 하면 회복이 빠르고 급락하면 쉽게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농산물 가격이 급락하여 가계 부담이 완화되고 물가가 안정적이라고 보도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필자는 여기에도 균형감감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제 농산물가격이 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예로 들어 얘기해 보자.

우선,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현재 460개 품목에 대해 가중치 1,000을 기준으로 품목별 가중치를 주어 지수를 산출하고 있는데, 우선 농축수산물은 73개 품목에 77.1의 가중치를 점유하며, 그 중 흔히 언론에서 거론되는 작물을 보면, 쌀 4.3, 배추 1.5, 무 0.6, 파 1.0, 양파 1.0의 가중치를 점하고 있다.

만일 특정 품목의 가격이 급등을 한다면, 품목별 가중치 안에서 변동이 일어날 것인데, 그 변동 폭이 높음을 가지고 물가불안을 거론하는 것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파의 경우 가중치 1,000중에서 1.0을 차지해 전체의 0.1%였다. 참고로 우리가 거의 매일 사용하는 휘발유는 23.4, 휴대전화요금은 36.1로 파의 가중치의 20~30배를 훌쩍 뛰어 넘는다. 이런 수준은 고려하지 않고, 농산물 중 특정 품목이 잠시 급등했다고 물가 전체를 좌지우지 하는 식의 매도는 농업인 입장에선 억울할만하다. 물론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게 유지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임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농산물은 공장에서 수요에 맞춰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니다.

아울러, 얼마 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국민계정으로 살펴본 가계소비의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우리나라 엥겔계수(가계 총 지출액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가 12.9%로 2000년 13.3% 이후 최대치라고 발표하였다. 통상 선진국이 후진국에 비해 엥겔계수가 낮다고 하는데, 2018년 기준 미국은 13.9%, 일본은 25.7%로 우리나라 농산물 가격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농촌진흥청에서 지난해 발표한 “농식품 소비자패널 자료”의 지난 10년의 식품소비 패턴 변화에 따르면, 주요 품목별 '가구당 월간 농산물 구매액'은 배추는 3,199원 → 1,324원, 무 3,539원 → 1,832원, 양파 2,398원 → 1,502원, 대파 1,812원 → 1,060원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이렇듯 여러 지표나 자료에 근거해도 농산물 가격 변동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구 형태 중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소비패턴 변화로 인해 농식품 구매액 중 가공식품이 60.9%(2015~2019년 기준)를 차지한다고 하며, 특히 HMR(간편식)이나 밀키트(반조리 식재료세트) 시장이 계속 확장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언제까지 특정품목에 대한 가격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정재호 NH농협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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