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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그리고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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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그리고 상식
  • 전민일보
  • 승인 2021.05.18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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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한 아동 성폭행범이 사회에 복귀했다. 그가 죄 값을 다 치렀다(?)는 이유에서다.

국가는 그에게 복지혜택을 부여하고 사적 응징으로부터 그 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권력을 사용한다. 지구상 그 어떤 인권국가에 뒤지지 않는 숭고함을 확인하게 된다.

그렇다면 죄에 부합하는 형기를 마친 그 자에 대해 여전히 분노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가?

흥미로운 사실은 인권유린의 대표사례로 언급되는 삼청교육대에서 그를 손봐줬다(?)는 것이다. 무고한 그를 삼청교육대에 보내서 괴물을 만든 것인가? 어떤 사람들이 묻는다. 과연 무엇이 정의에 부합하는 것인가?

적잖은 사람들이 “피해자의 인권은 어디가고 가해자의 인권만 찾는 것인가?”라고 질문을 할 때 인권감수성이 가득담긴 숭고한 수사(修辭)는 모든 것을 침묵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자책하게 만든다. “난 인권에 대해 아직 말 할 자격이 없구나.”

공권력이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은 그 죄에 합당하고 적절한 수준이어야 한다. 그것은 사적 복수를 금지하는 대전제이다. 거기엔 당연히 응보(應報)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것은 건전한 시민의 상식에 관한 문제이지 종교적 관용이나 거룩한 성인의 영역이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사형을 선고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수많은 흉악범에게 선고되는 형량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사형이 선고되었다는 것은 오심의 우려를 해소할 정도의 확실함과 극한에 이른 잔혹함을 입증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하지만 그 많은 난관을 뚫고(?) 선고된 형 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권력이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는 것에 대해 사회 구성원이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면 그 사회의 정의에 대한 공감대는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배심원 제도가 가지는 의미도 사법절차에 법률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닌 건전한 시민의 상식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고상하고 도학적 담론을 통해 상식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장기적으로 고상한 담론 자체를 희화화시키는 것을 넘어 무력감과 또 다른 분노를 잉태할 수 있다.

현재 한국사회를 사분오열시키는 수많은 갈등구조의 근본에는 상식이 무시되고 이데올로기화 한 도덕적 관념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때로 변형된 화이관(華夷觀)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이(理)를 향한 맹목적 추구로도 표현된다.

군 가산점에 이어 직장에서 군 경력을 제외하는 것도 페미니즘 영역에 있지 않다.

그것 역시 상식에 관한 문제다. 31개월 보름, 그 시간이 내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명확하게 인식 시켜 준 사람이 있다.

“너희는 관물이다. 너희 몸이라고 해서 너희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휴가 중 포경수술을 받고 온 고참에게 선임하사가 했던 얘기다.

난 선임하사의 말에 수긍한다.

전투력을 유지해야 하는 군인의 몸은 비록 당사자일지라도 개인 뜻에 맡길 수 없다.

젊음을 저당 잡히고 자기개발이 유예되던 그 시간은 때로 자괴감과 스스로에 대한 분노를 유발하기도 했다. 육체적 어려움을 넘어 폭력과 성희롱에 이어 성추행까지 감수해야 했던 그 시간은 개인이 아닌 사회와 국가가 요구했던 의무였다.

당시 내가 병장 월급으로 받은 돈이 1만원이었다.

난 국가의 건강성을 위해서는 징병제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군 경력인정과 같은 분조차 갈등의 소재가 된다면 모병제로 전환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것이 페미니즘과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개인적으로 출산한 여성에 대해 적절한 보상과 예우가 이뤄지는 것이 시대의 요구에 부합한다고 믿는다. 취업은 물론 이 사회의 공적인 모든 부분에서 그러해야 한다는 것이 현재의 내 상식이다.

영화 [맨 온 파이어]에서 피타(다코타 페닝)를 납치한 범인을 응징하려는 크리시(댄젤 워싱턴)에게 노부부가 이렇게 말한다. “교회에선 용서하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크리시는 이렇게 답한다.

“용서는 신과 그들 사이의 문제입니다. 내 일은 그들을 신과 만나게 해주는 겁니다.”

죄와 벌은 그에 합당해야하고 상식은 지켜져야 한다.

장상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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